호랑이의 눈 창비청소년문학 84
주디 블룸 지음, 안신혜 옮김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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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상실을 마주친 이를 다독일 때나, 그 속의 스스로를 바라볼 때에는 크게 두가지의 위로를 할 수 있겠다. 우리 이 힘듦을 이겨내 더 단단한 사람이 되자. 혹은 그래. 우리 그냥 펑펑 울어버리자. 전자의 경우도 후자의 경우도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실의 아픔은 결국 내 일부의 소실이므로, 그것을 견디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마음이 저려오는 이 고통을 이겨내라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일 뿐이고 , 한바탕 울고 무너져보라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반문하고 싶은 심정에 상실 속의 데이비는 이런 편지를 쓴다.

나는 평생 두려워하며 살고 싶진 않아. 하지만 우리 아빠처럼 살고 싶지도 않아.”

누군가를 잊어내고 , 기억을 희미하게 하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무력하게 시간이라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나 씩씩하고 꿋꿋한 캔디처럼 성장을 해나가는 것이  정석중의 정석인 방법이라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저 삶 속에서 부유할 뿐이다. 적응할 수 없는 빈자리에 도망을 치고, 그럼에도 만나는 사랑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감출 길 없이 붉어지는 볼을 느끼는 과정에서, 가장 솔직한 순간들을. 그저 살아낼 뿐이다.

책 속의 데이비와 엄마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재에서 낯선 도시에서의 시작을 결심한다.  마주치는 모든 이들의 위로는 각각으로 현실적이다. 무조건 안전을 강요하는 고모부, 좋은 것만 생각하라는 의사. 사실 나보다 더 큰 상실을 숨기고 있던 엄마의 눈물
. 너무 어려 막연한 공포만으로 치부하려는 동생

그렇게 무의미하기만 해 보였던 위로 속 에서 우연히 만난 울프는 깊은 곳의 슬픔을 읽어준다. 공허함을 가진 이에게 필요한 것은 피상적인 위로가 아닌, 가슴 깊은 공감과 포옹 뿐이리라. (하지만 위의 모든 위로들이 쓸모 없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과정과 위로에서 데이비는 결국 스스로 성장한다

아픔속의 성장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주디 블룸의 [호랑이의 눈]을 통해 상처받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시간의 흐름이아닌, 가만히 현실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임을 깨닫는 순간을 선사한다. 또한 위로의 방법이 넘쳐나는 요즘 ,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아닌 진정한 공감과 마음을 안아주는 포옹을 할 줄 아는 울프와의 만남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의 이별에서 각자의 성장을 이뤄내는 우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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