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는 것 같다 시요일
신용목.안희연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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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라는 노래가사도 있듯이, 엄마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눈물의 치트키가 되어 다양한 문학의 소재로 등장한다. 가장 가까이에, 가장 처음의 존재로 다가오는 엄마가 있다면, 아빠의 그것은 첫만남이 언제였는지- 의 고민으로 시작될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아빠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짝지 덕분이었다. 키가 작은 짝지는 이따금 쉬는 시간에 지난 저녁 밤 아빠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말갛게 차오르는 얼굴이 여름 햇살에 빛나는 자두 마냥 싱그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빛나는 딸을 가진 아버지는 어떤 분일지를 생각한 것이, 아빠를 처음으로 본 때인 것 같다.

아버지를 처음 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
아버지는 나를 둘러업고 마당을 가로질러 아래채로 향하셨다.
희미하게 실눈을 뜨면 
아버지 어깨 너머로 쏟아질 듯 별들이 출렁거리는 게 보였다.

_p.15 ,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조금의 질투어린 마음을 담아 짝지에게 나도 주말에 아빠가 요리를 해줬다, 라거나 둘이서 조조영화를 봤다 따위의 자랑을 늘어 놓으면, 그 속 넓은 친구는 가만히 들어주고는 했다. 성격이 똑 닮은 부녀의 언쟁이나, 예민한 고등학생 시절의 꾸지람들이 좋은 추억으로 치환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은 기억들이 남아 있는 것은 순전히 그 친구의 덕이다. 

다만 나는 멀찌감치 서서, 물동이에 머리를 박고 아버지 , 아버지 애타게 불러댔을 엄마를 상상했다.
흘러넘칠 뿐 깨지지 않는 물동이.
언제나 물로 흥건한 집. 
이제 엄마도 젖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는게, 자꾸만 서러워지는 봄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또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겨져 있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시"로 풀어졌다. 아버지를 주제로 한 시, 혹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의 다음에 신용목님과 안희연님의 짧은 산문을 담았다.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남아있는 신용목님의 글에서, 9살의 소풍길에 아버지를 잃은 안희연님의 글에서. 결국 단 하나의 존재로 귀결되는 아버지라는 이름 그 세글자에 몇번이고 울었다. 

...
신랑의 손은 듬직하고 따뜻했지만 그래도 속으론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아빠가 잠깐이라도 살아 돌아와 내 손을 잡아주기를.
"쓰다 만 초 같은" 손이라도 좋으니, 어느 누구도 아닌 아빠가, 
단 하나뿐인 나의 아빠 안교진 씨가 누구보다 필요한 날이었다.

_p. 154 쓰다 만 초 같은

 < 당신은 우는 것 같다 > 의 다른 매력은 같은 시 일지라도 서사를 통해 읽히는 시와, 시 만을 모은 시집에서 만난 시의 질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중 우연히 만나는 시는 나의 서사로 읽히지만,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이야기 속에서의 시는 그의 서사로 보여짐을 느끼며 비로소 시가 가지는 함축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시를 읽기 부담스러운 , 어쩌다 마주하는 시를 읽어내리는 것이 어색한 당신이라면,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역사에 시를 녹이는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들은 음악의 선율이 추억의 불씨가 되고 마지막 포옹의 뒤로 보였던 노을이 마음에 담기듯 오늘 나의 역사에 남을 작은 시 한편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닌가.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마음의 둑이 무너져 겨우 다스려 온 눈물이 쏟아지는 때는 그저 쇠약해져가는 부모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가 아니다. p. 47 엑스레이 필름처럼 검은 유리창 속에

하루하루 지붕 없는 집에서 사는 기분이었고 어떤 아침엔 차가운 물속에 잠겨 있다 빠져나온 것처럼 서러웠다.
p. 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많은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 그리운 마음들, 아빠는 다 듣고 있었을까?
p. 고요한 시, 고요한 사랑을 받아라.


<당신은 우는 것 같다>
창비 출판사 서평단
@03.x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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