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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 개정판
백성욱 지음, 김원수 엮음 / 김영사 / 2009년 8월
평점 :
마음을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사람의 일생은 사건의 연속이다. 그 사건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따라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로써 사람의 일생이 대부분 정해지는 것이리라.
1910년 최하옹 대선사를 은사로 하여 출가한 백성욱 선생님의 제자 김원수 교수님이 스승인 백 선생님의 생전의 말씀을 전하고 있는 이 책은 결국 괴로움의 근원이면서 모든 망상의 뿌리인 마음을 찾아서 그 마음을 연습하여 모든 아상(我相)을 제거함으로써 몸을 바꾸기를 강조하고 있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모두 제 마음의 탓이니, 바로 그 마음을 들여다 보고 거기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아 제 모습을 닦아야 할 것(43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상(我相)이란 탐심(貪心)과 진심(嗔心)과 치심(痴心)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욕망과 분노, 무지를 깨치는 것이 몸을 바꾸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연습하는 길은 생각없이 하는 것(29쪽), 익숙하지 못한 일에 익숙해지는 것(65쪽), 분별없이 마음을 쉬게 하는 것(79쪽)이라고 한다. 그럼으로써 얻어지는 지혜로써 육신에서 벗어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종소리가 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고, 바로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소리(80쪽)라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라고 한다. 마음으로 살을 바꾸는 데는 천 일, 뼈를 바꾸는 데는 삼천 일, 뇌를 바꾸는 데는 구천 일(74쪽)이 걸릴 정도로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탐심(貪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욕심내는 마음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아나섬으로써, 진심(嗔心)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넓고 깊은 공경심을 키움으로써, 치심(痴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한없이 낮춤으로써 아상(我相)의 근원인 몸을 버릴 수 있다고 한다.
재가자(在家者)와 출가자(出家者)의 차이는 바로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 마음이 세상을 향해 있으면 재가자(在家者)요, 그 마음이 부처님을 향해 있으면 출가자(出家者)라는 것(107쪽)이다.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란 끊임없이 깨달음을 위해 마음을 연습하는 일일 것이리라.
부처님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밝게 해주려고 애쓰는 사람(148쪽)은 모두 부처님이라고 하니, 지금까지 현생에서 중생들을 구제하려 했던 많은 성인들이 또한 다름아닌 부처일 것이다. 깨달음으로써 스스로 부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스스로 깨달아 가는 그 마음의 연습이 중요한 것이지, 스스로 부처라고 하는 오만은 늘 경계할 일이다.
삼라만상이라는 것이 모두 마음의 그림자(156쪽)이므로, 그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가리지 않고 주는 연습을 하되, 가능하면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베풀라고 한다. 갚을 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기 때문이라 한다.
죽은 사람의 기운은 물과 같고, 산 사람의 기운은 흙과 같다(133쪽)고 하니, 삶이란 흐르는 강물처럼 바다로 가는 그 길을 닮았다. 기운 빠진 흙을 실어서 바다로 쓸어가는 그 인연들이 다시 어떤 몸을 빌어서 세상을 새롭게 채우고 있는 것이리라.
몸을 버리는 일은 도마뱀을 따를 자가 있을까. 도마뱀의 꼬리처럼 뒤돌아 볼 일 없이 싹뚝 잘라 버려야 할 썩은 몸들을 어지러운 마음들이 가로막고 있다. 마음을 쉬게 하는 일은 어쩌면 일생을 걸려서도 성공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어느 깨달음처럼 순식간에 해치울 수도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