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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조주현 옮김 / 또하나의문화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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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해 의례것 물어보는것이 있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형제가 몇이나 되는지, 태어난 곳은 어딘지, 비단 개인의 사사로운 만남 뿐만아니라 기업체에서 면접을 보거나 할때에도 빠지지 않는 질문들이다. 살아온 환경이 한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그마만큼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알기위해 물어보게 되는것이다.

태어나 살아가는 환경못지않게 중요한것은 타고난 것이라 할수 있다.타고난 체질이나 성격으로 사람들은 저마다 또 다른 모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보면 정말 똑같은 모습을 한사람이 하나도 없다. 청바지를 입고 있어도 다 달라 보인다. 그렇게 타고난것과 살아가는 환경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두루두루 둘러싸서 한 사람을 만들어 내고 있는것이다.

이렇게 한사람을 둘러싼것이 많은 관계로 어떤 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알아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꼬치꼬치 캐물어봐도 될것이고, 그사람과 지내면서 부딪치는 여러 상황에서 알아볼수도 있겠다.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특히나 이것저것 주변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우리들의 여신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스티아, 헤라, 데미테르, 페르세포네, 아프로디테 이렇게 7명의 여신들도 우리네 처럼 각각 성격도 태어난 환경도 각기 다 다르다.

책속의 인물이니 본인들하고 이야기를 하거나 물어봐서는 그녀들에 대해 알기 힘들다.그렇게 신화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되고 그녀들이 우리의 본이 된다.줄거리가 있는 신화속에서 사건을 중심으로 보다보니 미쳐 생각지 못했던 그녀들의 성격과 여기저기 조금씩 나와있던 가족력이나 태생이 개인별로 정리되어있다.그래서 읽어갈수록 인물하나하나가 새로 사귀는 친구같이 친근하게 느껴진다.꼭 내 친구 누구는 이런걸 좋아해, 너랑나랑은 이런것이 같구나, 그 친구는 이런것을 싫어하니 피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마는것이다.

하루동안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전까지 만나는 사람들은 참 많다. 내가 그들 한명 한명에대해 얼마나 잘 알고 대할수 있는지는 알수 없다.그러나 진 시노다 불린이 소개한 그녀들에 대해 알수 있었던건 참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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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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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이 풍요로워 보이는 요즘. 보이는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 1학년때 전태일이 영화로 만들어져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아름답다는 말에 그리 서러움이 서려있을줄이야. 청년이라는 말이 그렇게 푸르러 보이는것은 그의 이름 앞에 붙었을때가 처음이었다. 그때 그의 영화앞에서 넋을 빼고 바라볼수 있었던건 내가 뭘 알아서일까.

시간이 흐르고 그때의 그 기억에 전태일 평전을 읽게 되었다. 다행 그의 일기부터 가족이야기, 성장 과정등 살아온 이야기가 구구절절 제대로 적힌 책을 접할수 있어 좋았다. 허나 나라는 배부른 사람에게는 푸르름이란 가을서리를 맞아 누렇게 퇴색되기전까지 뿐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아니라 그가 바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여공의 배고픔을 채워주기전에 자신의 허기를 달랬어야했고 자신의 집을 마련했어야했고 노동법을 보기전에 자신의 출세를 위해 모자라는 학력을 높였어야했다.또 동료들과 노조를 만들것이 아니라 자신이 부자가 되었어야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는 모른다. 그가 얼마나 배고팠는지 동대문 여공들의 생활이 어떠한지 책을 손에 들고 읽으면서도 나는 알수 없다.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 아버지세대 모두가 겪었을 배고픔이며 억척이었을것인데 고작 몇십년전의 일이것만, 나는 그들의 세대를 모른다 할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들의 아픔을 딛고 서있는것인데도 그들을 이해할수 없다 할 자격이 있는것일까.

그가 정말 원했던것은 무엇인지.어찌하여 그는 이세상에 없고 남은 이들에게 그의 의미는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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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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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 베이스,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 등을 줄줄이 읽었던 적이있다. 좀머씨 이야기를 선물받아 처음 읽었는데 정말 무슨 이야기인지 알수 없었다.그러나 처음 그의 글을 접했을 때의 황당함과는 달리 읽어갈수록 이야기보다는 그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았다.

그 중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정말 책에서 손을 놓을수가 없었다. 눈으로 보는것보다 더 세세한 향에 대한 집착은 읽는 이로 하여금 향을 직접 맡은것같은 착각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향이라는것이 하나의 단어가 되어 사물을 설명하고 있는것이다. 마치 나 역시 그루누이와 함께 향의 대가가 된듯 코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 새로 냄새라는것을 처음 맡는 것같았다고 할까. 향에 대한 표현과 그루누이라는 인물에 대한 묘사가 잘 어울려져 한편의 시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것은 틀림없다.

그루누이의 향이란 단순히 향이라는것을 넘어서 남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는것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것에 대해 잘 알고 그 가치의 중요함을 인식시켜줄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재미난 것은 그루누이의 은둔생활이나 사람들을 멀리하고 혼자임을 좋아하는 성격은 좀머씨나 비둘기의 경비원의 성격에서도 볼 수있다. 그들은 항상 혼자여서 자신만의 생각속에서 사는것같다.

참으로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읽고 또 읽고 있지만 읽을수록 살아있는 그루누이를 볼수 있고 그와 같은 모습으로 각자의 세계속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갈망하고 집착하고 결국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버리는 어리석음에 자신이 가진 값진것을 잃을수 있게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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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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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하나 바보 만들기는 쉽다고 한다. 다섯명 중에 틀린것도 맞다고 우기는 사람이 넷이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것이다. 애꾸눈만있는 원숭이 나라에선 눈두개인 원숭이가 비정상인셈이다.

콧수염..눈에 띄는 개인 취향임이 틀림없다. 나는 눈썰미가 없는 편이라 다른 사람의 변화에 둔하다.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콧수염을 기르는 사람이 아내를 놀려주려고 과감히 콧수염을 자르지만, 아내뿐아니라 그 누구도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다니,심지어 당신은 콧수염을 기른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놀라운 설정이다. 책을 읽어가는 나도 콧수염을 자른 당사자도 어느것이 맞는것인지 의문이 가기 시작한다.솔직히 당황스럽다.

그런탓에 흥미진진하게 읽어가지만 결론은 좀 시시하다.어쩌면 내가 무엇인가를 놓치고 읽었나 싶어 다시 뒤적이게 만들지만 결국 한편의 미스테리 영화를 본듯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어쩌면 그런 작은 변화라는것조차 이미 짜여진 것일지 모른다. 여자들이 머리를 길게 기르다가 짧게 잘랐다가 곱슬 파마를 했다가 생머리를 만들기도 하는 그런 규칙 아닌 규칙이랄까. 결국 그 보이지 않는 무엇속에서 개인은 쳇바퀴를 돌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것이다.이를 망각하고 있다가 어느날 문득 깨닫고 쳇바퀴를 멈춰섰을때의 기분을 책속에서는 콧수염을 통해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어느것이 진실인지 알수는 없지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의문을 제시하고 생각할수 있는 것은 좋았다.

그렇게 한사람의 콧수염이 끝까지 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였다. 바보가 되었지만 도전해볼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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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노처녀다, 왜?
욜란다 네이브 글 그림, 전지운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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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최화정이 밝은 목소리로 광고 할 때는 그저 그런 부류의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보았을 때의 기분이란 나 역시 그녀 못지 않은 밝은 목소리로 옆사람에게 찔러 주고 푼 것이었다.

특별히 여자라고 못할 것 없다는 요즘 시대에도 사람들은 노처녀라는 이름으로 시집 안간 여자를 놀리기 쉽상이다. 이유가 무엇 때문이든 노처녀란 직책은 안쓰럽고 기죽이는 자리임엔 변함이 없다. 굳이 노처녀가 아니라하더라도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한두번쯤 세상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을 느껴 봤을 것이다.

야생에서 육식 동물에게 잡아 먹힐 것을 염려하는 초식 동물인것도 아닌데 사람으로 태어나 같은 사람의 무리속에서 사는 것이 왜 그리 낯설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것인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 맘을 알아 주는 사람 하나 없고, 온통 내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들볶을 일만이 기다린다. 그럴때 정말 속상하고 외롭고 우울한 기분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난감 할 뿐이다.

내 손길을 기다리는 나를 둘러싼 일들이란 밀린 세탁물 찾아오기, 수많은 요금 고지서들, 아침에 쌓아둔 설거지감, 같은 자질구레한 생활의 일들부터 지긋지긋한 상사의 잔소리, 갈수록 해결 안되고 늘어 가는 업무들까지 끝이 없다. 왜 우울한 일들은 때로 몰려다니는 것인지. 그런 날일수록 내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누런 얼굴에 뽀루지까지 속썩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엿가락마냥 늘어져 있을 수는 없다. 세상에 펼쳐진 아름다움만 감상하기에도 짧은 삶이다.무슨 일이든 사물은 보기 나름이다. 긍정적인 면을 볼 것인지 부정적인 면을 볼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생활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끌어주는 동병상련이랄까. 오히려 동정심을 일으켜서 아~저런 사람도 살아 가는데하고 용기를 주는 책이다. 그렇게 한가지씩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위해 일상에 작은 변화를 꿈꿀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애완동물을 키우세요.무지개를 만들어보세요.no라고 말해보세요 등등 책만 읽어 보아도 이미 내가 원하는 그런 일상의 작은 목표들을 다 이룬것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꼭 내놓으라하는 큰 목표가 아니라도 우리는 소소한 것에서 더욱 즐거워질수 있다. 티끌모아 태산일까. 작지만 즐거운 성취감은 자신의 더욱 큰 목표에도 가까워지게 돕는 듯하다. 웃다보면 절로 기분 좋아지는 이쁜 그림책이였다.

이 책의 주인은 브리짓 존슨의 일기에서 브리짓처럼 당당할 수 있는 노처녀일수도 있고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누구나 일수도 있다. 누구든 그렇게 무기력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 꿀 수 있는것이다. 의외로 단순하고 짧은 한줄의 말과 그림이 꼬인 머리속을 식히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

왠지 기분 좋은 날은 하늘을 향해 뻐친 머리도 산뜻하게 느껴질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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