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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노처녀다, 왜?
욜란다 네이브 글 그림, 전지운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라디오에서 최화정이 밝은 목소리로 광고 할 때는 그저 그런 부류의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보았을 때의 기분이란 나 역시 그녀 못지 않은 밝은 목소리로 옆사람에게 찔러 주고 푼 것이었다.
특별히 여자라고 못할 것 없다는 요즘 시대에도 사람들은 노처녀라는 이름으로 시집 안간 여자를 놀리기 쉽상이다. 이유가 무엇 때문이든 노처녀란 직책은 안쓰럽고 기죽이는 자리임엔 변함이 없다. 굳이 노처녀가 아니라하더라도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한두번쯤 세상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을 느껴 봤을 것이다.
야생에서 육식 동물에게 잡아 먹힐 것을 염려하는 초식 동물인것도 아닌데 사람으로 태어나 같은 사람의 무리속에서 사는 것이 왜 그리 낯설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것인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 맘을 알아 주는 사람 하나 없고, 온통 내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들볶을 일만이 기다린다. 그럴때 정말 속상하고 외롭고 우울한 기분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난감 할 뿐이다.
내 손길을 기다리는 나를 둘러싼 일들이란 밀린 세탁물 찾아오기, 수많은 요금 고지서들, 아침에 쌓아둔 설거지감, 같은 자질구레한 생활의 일들부터 지긋지긋한 상사의 잔소리, 갈수록 해결 안되고 늘어 가는 업무들까지 끝이 없다. 왜 우울한 일들은 때로 몰려다니는 것인지. 그런 날일수록 내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누런 얼굴에 뽀루지까지 속썩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엿가락마냥 늘어져 있을 수는 없다. 세상에 펼쳐진 아름다움만 감상하기에도 짧은 삶이다.무슨 일이든 사물은 보기 나름이다. 긍정적인 면을 볼 것인지 부정적인 면을 볼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생활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끌어주는 동병상련이랄까. 오히려 동정심을 일으켜서 아~저런 사람도 살아 가는데하고 용기를 주는 책이다. 그렇게 한가지씩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위해 일상에 작은 변화를 꿈꿀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애완동물을 키우세요.무지개를 만들어보세요.no라고 말해보세요 등등 책만 읽어 보아도 이미 내가 원하는 그런 일상의 작은 목표들을 다 이룬것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꼭 내놓으라하는 큰 목표가 아니라도 우리는 소소한 것에서 더욱 즐거워질수 있다. 티끌모아 태산일까. 작지만 즐거운 성취감은 자신의 더욱 큰 목표에도 가까워지게 돕는 듯하다. 웃다보면 절로 기분 좋아지는 이쁜 그림책이였다.
이 책의 주인은 브리짓 존슨의 일기에서 브리짓처럼 당당할 수 있는 노처녀일수도 있고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누구나 일수도 있다. 누구든 그렇게 무기력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 꿀 수 있는것이다. 의외로 단순하고 짧은 한줄의 말과 그림이 꼬인 머리속을 식히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
왠지 기분 좋은 날은 하늘을 향해 뻐친 머리도 산뜻하게 느껴질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