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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 4·3 레퀴엠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제주 4.3 사건.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경찰들의 도민 집단 사살에 대해 남조선로동당이 일으킨 무장 봉기를 토벌하기 위하여 폭동적 시위진압을 펼치는 과정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4.3 사건이라는 명칭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대규모 소요 사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4.3 사건은 더 많이, 더 넓게 알려져야 한다. 이 책은 4.3 사건을 그린 시집이다.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시라는 형식을 택했으나 결코 가볍게 알고만 끝나서는 안 되는 내용을 깊이 있게 말해준다. 알고서도 잊고 살았고 모른 채로도 잘만 지냈던 우리에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을 쉽게 잊을 수 없는 문장으로 상기시켜준다.
4.3 사건에서 가장 슬프고, 또 화가 났던 부분은 민간인을 누구보다도 먼저 힘써 지켜야 할 경찰과 군인들이 그들을 학살했다는 점이다.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타당하지 않았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해서도 안 되지만, 제주 4.3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참혹한 사건이었다.
그날,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그리고 훨씬 이후까지 제주도민들은 4.3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고, 소중한 가족을 잃었고, 하나뿐인 목숨을 잃었다.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도망쳐다니는 날벼락 같은 사건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의 심정은 감히 상상해볼 수도 없다. 그때,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존자들은 살아남았다는 기쁨보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마주했던 학살의 트라우마로 평생을 고통받았을 것이다. 피해자가 또다른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사건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괴로워하는 건 잘못됐다.
우리가 그 현장에 없었다해도 우리 모두는 4.3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지만, 같은 참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써 기억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것.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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