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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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출간본의 수록 단편 중 하나인 <가해자 H의 피해일지>를 무료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가해자 H의 피해일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제목일 것이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나 피해자가 된 가해자, 뭐 그런 내용이 아닐까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주인공 H는 평범한 우편 배달부다. 매주 다니는 교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하게 되는데, 여자친구의 직업은 인플루언서. 많은 악플로 상처를 받아 활동을 잠시 쉬면서 악플러들과 고소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악플이란 거, 정말 악질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얼굴 보고서는 한 마디도 못 할 거면서 익명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서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하는 게 죄질도 나쁘고, 되게 찌질하지 않나?

딱히 악플이랄 걸 많이 받아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입이 가장 된다면 여자친구 쪽인 게 당연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생각이 달라졌다. H는 여자친구를 따라다니며 악플러들과의 합의 과정에 함께한다. 그 과정에서 H가 느끼는 기묘함(어쩌면 기괴함)을, 나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가스라이팅을 당한 건지 자본주의에 굴복해 합리화를 한 건지 H의 의문과 죄책감이 사그러드는 걸 보며 정말 끼리끼리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대로, H는 가해자였다. 하지만 그 이전에 피해자였다. 인식한 순서로 따지면 '피해자'가 나중인 게 맞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최종적으로 더이상 선악의 구분은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가해자가 범죄를 합리화하는 과정, 죄책감을 덜기 위해 피해자의 신분으로 스스로까지 속이는 과정,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낱낱이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다른 이야기도 정말 궁금해졌다.


작가님 (이자 PD님)은 방송국 PD를 비롯한 특정 직업군이 남의 불행을 먹고 산다고 하지만, 정정한 말마따나 남의 불행을 위해 싸우는 분들이 더 정확한 것 같다.

​남의 불행을 위해 싸우는 분들이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놈들을 언제나 항상 이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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