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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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리커버 특별판)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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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머니의 칼질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 한 가지 기술을 터득한 사람의 자부와 먹고살고 있다는 안도와 단순한 일을 반복할 때 나오는 피로가 뒤섞여 있었다.(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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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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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까지 살아보니까 사람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좋아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빠지지도 않는 것 같아요. 뛰어난 사람들만이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수 있어요. 대두분의 사람들은 나빠질 가능성이 더 많아요. 조금만 방심하면 나빠지게 돼 있는 게 인간이거든요. 35

더 많이 기뻐하고 더 많이 슬퍼하고 더 많이 갈망하시길. 자신의 인생에 더 많은 꿈들을 요구하시길.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더 많은 꿈들을 요구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당신들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 그러니 지금 스무 살이라면, 꿈들! 언제나 꿈들을! 더 많은 꿈들을! 43

그런데 이런 확신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잘 생겨나지 않죠. 이야기라는 건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을 납득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69

그래서 나는 열심히 쓰면 모두가 다 잘될 것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열심히 쓰면 좋은 소설을 쓸 가능성은 높아지겠죠. ‘열심히 쓰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어‘와 ‘열심히 쓰면 좋은 소설을 쓸 가능성이 높아져‘는 전혀 다른 말이에요. 그 사이에는 우연과 운 같은 게 숨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쓰는 일뿐이에요. 그 일에서 보람을 찾아야만 하는 거죠. 그 다음에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이에요. 76

이렇게 되면 운이나 우연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건 길을 가다가 돈을 줍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탐지기를 매일 들고 다니다가 돈을 줍는 것에 가까워요. 77

복권을 사지 않으면 복권에 당첨될 수가 없단 말이에요.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간절함인데, 그 간절함이 반복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일이겠죠 68

이거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요? 제가 완전히 몰입해서 어떤 소설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대단한 일이죠.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개입하는 한 권의 책으로서의, 물질로서의 소설이 된다는 것 말이죠.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112

가족 안에서 우리는 이 고독을 느껴요. 부모와 자식은 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에 버금가는 게 바로 연애하는 남녀죠. 우리는 대개 자기밖에 몰라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일이 거의 없는데,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죠. 115

돌이켜보면 열심히 산다는 건, 그 많은 나날들을 열심히 과거 속으로 보낸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144

전업작가가 된 이후로 저는 누군가에게 제 시간을 팔지 않고 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수입의 감소,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걸 대가로 치러야만 했지만요. 전업작가가 된다는 것은 24시간을 오로지 자만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150

그렇게 보자면 말이죠, 그 순간 내게 필요한 책은 한 권이면 충분하니까 한 오만 원 정도만 있으면 거기에 꽂힌 책들은 다 살 수 있는 거예요. 물론 한 번에 모두 다 살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어떤 책이든 다 살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내게는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니까요. 제게는 미래라는 것도 그런 의미예요. 당장 바로 앞의 시간이 미래인 거죠. 집합적인 미래를 대비하자면, 지금 내게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얼마나 벌어야만 하는지 계산이 나와요. 그래서 당장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지 않고 일단 돈을 버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집합적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152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다 살 수는 있는 사람이에요. 어떤 영화도 볼 수 있으며 어떤 노래도 들을 수 있어요. 제가 가진 돈이 그 정도는 된단 말이죠. 물론 자가용 비행기를 살 정도의 부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바로 한국에서 파는 음식들은 거의 다 사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부자는 됩니다. 지금 당장 저는 이처럼 풍요로운데, 왜 한데 묶이지도 않는 미래의 각 순간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그 순간마다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겠어요? 한 번에 그 순간 모두를 내가 살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153

처음 말했듯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요. 지행합일이라고 아는 바를 행동하면 사람은 바뀝니다. 그런데 아는 걸 행동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이젠 책을 더 안 읽어도 될 정도로 아는 것은 무척 많은데요, 머리속의 그 아는 것들은 저를 조금도 바꾸지 못해요. 현미밥에 채소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잖아요. 하지만 매일 그렇게 먹어야 바뀌는 거죠. 매사에 정직한 삶이 좋은 삶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 한은 그대로예요. 154

더 나아가서 지행합일이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라는 뜻인데, 이 말은 행하지 않으면알지 못한다는 뜻과 마찬가지니까 처음에는 제가 아는 것이 무척 많다고 했지만, 그중에서 행하는 것이 거의 없다면 이 말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과 같다는 뜻이 되는 거죠. 그러니 바뀔 수가 있나요? 그런 점에서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이 할 수 있어요. 155

글을 쓰지 않고, 막연하게 써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는 말과 마찬가지예요. 글을 쓸 때에만 우리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156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지 못해서 몰랐던 게 아니라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모르는 척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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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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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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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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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언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그런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난 내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회사는 뭐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고, 온통 혼란스러웠달까. 아니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p19-20

한국 애들은 제일 위에 호주인과 서양인이 있고, 그다음에 일본인과 자신들이 있다고 여기지. 그 아래는 중국인, 그리고 더 아래 남아시아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데 사실 호주인과 서양인 아래 계급은 그냥 동양인이야. 여기 사람들은 구별도 못해. 걔들 눈에는 그냥 영어 잘하느 아시안과 영어 못하는 아시안이 있을 뿐이야. p85-86

걔들은 아마 앞으로 몇 년 뒤에도 여전히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을 거야. 솔직히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없는 거지.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p120-121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바닥에 닿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자세를 잡을 시간이 있거든. 그런데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어. 아차, 하는 사이에 이미 몸이 땅에 부딪쳐 박살나 있는 거야.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 하나가 안펴지면 예비 낙하산을 펴면 되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한테는 그럴 시간도 없어.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가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해. p124-125

나는 당당하게 살고 싶어. 물건을 팔면서, 아니면 손님 대하면서 얼마든지 고개 숙일 수 있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자존심이랄까 존엄성이랄까 그런 것까지 팔고 싶지는 않아. 난 내가 누구를 부리게 되거나 접대를 받는 처지가 되어도 그 사람 자존심은 배려해 줄 거야. 자존심 지켜 주면서도 일 엄격하게 시킬 수 있어. p.152-153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p160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걔는 정말 순간순간을 살았지. p184-185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 매는 거랑 똑같지 뭐. p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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