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을 책이나 아이들의 책을 고를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필독서를 확인하고 나서 아이가 읽어 보고자 할 때 책을 선택하게 된다.책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저자의 약력을 확인도 해 보고,출판사 서평이나 책의 일부분을 볼수 있는 출판서 추천을 살펴 본다.또는,과학의 날엔 과학관련 책을,단오날엔 우리 풍속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함께 읽어 보려고 한다.

 

그렇다면,작가들은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을 쓰게 될까? 한 번쯤은 궁금해지기도 하다.삶의 통찰에 관한 이야기나,사적인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여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작가들도 있고,전문적인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작가들이나 전문인들의 꼼꼼한 전문서적들을 볼 수도 있다.그 뿐인가,사랑이 듬뿍 담긴 육아 이야기,아이들의 순수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생활 달인들의 이야기,혹은 그 명성만으로도 기다려지는 책들..물론 기대 이하의 책도 있기도 하지만..글을 쓰는 저자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그리고,그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한다면,소중하지 않은 책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불건전한 일방통행 책들도 있다.간혹은..)

 

사람이 색 안경을 끼고,삶을 살아가듯,책을 보는 마음도 색 안경에 가리워져 그 진실된 마음을 볼 수 없게 될 때가 있다.책과 함께 살아가고,책과 이야기를 나누고,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한 지인은 이렇게 이야기 하다.내가 좋아하는 책,나도 좋고,남도 좋아하는 책,남은 좋은데 나는 아닌 책 이 모든 책을 구별하면서 읽어 나가라고 하셨다.책을 읽다보면,나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하나씩 생겨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한 때는 힘들고 무시하고 싶었던 상황을 어느 순간 멀찌감치 물러서 관찰을 하고,나의 생각이 어제,혹은 오늘,몇 달 전에 읽었던 글 귀들이 가슴을 뚤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게 되면,복잡한 상황은 마무리가 지어진다.

 

이 책은 지나온 과거의 이야기이며,바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이며,우리 가슴 속에 멍울져 있는 이야기이다.인간이 얼마나 더 잔인 할 수 있는지,인간이 얼마나 고통 받을 수 있는지,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지를 바라보게 해 준다.

 

전쟁은 강자들이 약자들의 피와 고통을 즐겨먹는다.마치 돈 만 있으면 먹을 수 있는 통닭처럼...

 

사람들은 살면서,한 두가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나라들 마다 제 각기 사연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그 곳엔 용서를 할 수 없는 자와 용서를 받아야 할 자,용서 한 자와 용서를 외면하는자들이 복잡하게 얼퀴어 있다.그것이 삶이고,그것이 사랑이다.

 

알고 보면,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한다.누군가에게 아픔이지만,또 누군가에겐 따뜻한 배려를 보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우리에겐 일본인이 아닌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픔이며,상처이다.하지만,아직도 그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이들에겐 상처는 과거가 아닌 현재이며,풀어야할 미래일 것이다.그 상처 받은 자들 중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막힌 사연은 치유될 수 없는 듯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하지만,진정한 치유는 나를 힘들게 했던 상황이나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바로 나 자신이다.내가 더럽혀지고,내가 치욕스러워 거부한다면,그 누구도 치유해 줄 수 없다.하늘이 두쪽이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백백사죄하지 않는 이상...tv를 통해 할머니들을 본 적이 있다,기억을 되살려 보자면.할머니들은 아기처럼 포송포송한 솜털이 자라고,달빛보다 고운 눈매와 별보다 깊은 미소를 머금는 하늘에서 긍방 내려와 목욕 재개하고 날개 옷을 입은 선녀님들 같다.그녀들에겐 몇푼의 배상금은 오히려 더러운 똥물보다 쓸모가 없어 보인다.감추려 하는 자들은 영원히 감추기 위해 사실을 날조하고,여러개의 가면으로 자신들을 위장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그 가면 속의 자신의 얼굴을 잊어가게 됨을 기억하지 못한 채 말이다.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용서는 약자만이 할 수 특권이다.강자는 반성과 속죄를 통한 재활 기간을 가져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상황을 지워나갈 수 있다.가면을 벗게 되었을 때,그 충격을 그들은 두려워 하고 있을 것이다.어디가 섞어가는지,아님 혹시 그대로 일지,가면을 벗어야 하거늘 그래야 그들도 치유받을 수 있다.선택은 언제나 본인들의 몫이다.아는지 모르는지...

 

난,이 책을 색 안경을 끼고,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역시 아직은 별 수 없는 아줌마인가?저자의 약력으로 인해 오히려 책의 감동이 삭감된다고나 할까?만약 이 책을 저자가 쓰지 않았다면,그저 등장인물에 불과 했다면,타들어가는 가슴에 차가운 물 한바가지로 씻어 줄 수 있었을텐데...

 

책의 내용보다는 저자의 생각과 저자의 약력에 눈이 멀어 책을 읽어버린 아쉬운 책이 되었다.저자는 하느님께 몇가지의 달란트를 받은 것 일까?나의 텅 빈 지갑 속을 들여다 보니 잔돈들이 뒹굴며 딸랑거린다.그리고,지갑 속에 오래 전에 넣어 두었던 사진 한 장을 꺼집어 내어 본다.그 때 그 시절 나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아야 할 일이 없었는지..그리고,감사히도 용서를 받았던 기억을 찾아 과거를 헤메어 본다.잘가요 언덕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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