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는 예쁘다

 

직녀는 한 줄 일기장을 쓴다.

그녀의 일기만큼 그녀는 단순하다.사실 단순하다는 것이 생각이 짧고,즉흥적이며 깊이가 없어 보일 때 내가 흔히 쓰던 말이었는데.,..단순하다는 것은 상당한 깊이있는 고뇌와 일상의 암축을 의미한다는 것을 직녀를 통해서 보게 되었다.

 

그녀는 한마디로 이리보나 저리보나 평범하지 않은 문제아이다.학교에서 집에서 동네에서....그래도 다른 문제아들과 구별 지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학교에서 잠을 자도,엄마에게 대들어도,선생님께 매를 맞아도 친구를 괴롭힐 때도 나름 규칙이 있고,선을 정할 줄 아는 의리파 문제아인 것이다.그리고,사랑을 듬뿍 받아 본 기억이 있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행운아이기도 하다.그녀의 돌마니였던 친구를 단짝 친구 대열에 끼워 줄 수 있을 만큼 통도 크고,공부 잘하고, 옳은 말만 똑부러지게 하는 민정이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기특한 구석이 있는 매력 만점의 가시내다.(갓을 쓴아이의 준말이라네요)

 

직녀에겐 특이한 특기가 있다. 약점을 잡아 기회를 포착하여 이득을 꾀하는 다소 야비할 수 있지만,직녀는 상대방의 약점을 잡는 대신 절대 발설하지 않으므로써,얻어지는 이득이 함당하다 할 만큼 그 이득을 맘껏 즐긴다.곳곳에 그녀의 CC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듯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엄마다.여자의 적은 여자라 하던데,내가 봐도 직녀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난 살쾌이처럼 들들복는다.고3수험생 아들을 둔 엄마는 아빠와의 사이가 안좋아지면서 그 강도는 점점 심해진다.물론 오빠 또한 기세등등..남자여서가 아니라 엄마의 편파적인 사랑의 표현이 직녀가 아니였기 때문에 직녀에게는 문제가 된 것일 것이다.누가 보아도 직녀는 문제를 몰고 다니다.하루도 편히 지내는 적이없다.평범ㅎ지 않은 친구들의 활약덕분에 그녀는 더욱 바쁘다.

 

직녀의 읽기장엔 많은 이야기를 직녀만의 특유한 방법의 삶의 해설을 통해 인터뷰되어진다.가족이야기,친구이야기,왕따이야기,이웃이야기,학교이야기,직녀만의 이야기,그녀의 생활을 보면 겁많고,목소리만 컷던 나의 모습이 직녀에게 들킨 것 처럼 그녀가 나를 읽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나 또한,어렸을 적 취미 중 하나가 언니 오빠의 방을 뒤지는 것이 나의 취미이자 알지 못하는 세상의 눈을 먼저 뜨게 해주는 지금의 인터넷처럼 풍부한 자료에 혼자만의 잔치를 벌였던 기억이 있다.언니의 첫사랑의 편지,예쁜 귀걸이,립스틱,언니들에게만 있던 여성스러움을 온몸에 휘감아보기고 하고,오빠 방에서는 그렇게 일찍 알아서 좋을 것 없는 빨간 책들을 보게 되기도 했다.나에게도 나름 발설해선 안될 비밀을 10년 이상 유지하며 직녀와는 다른 혼자만의 비밀로 그들이 모르게 살았다.시간이 흘러 그랬노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호호호,허허허 하며 작은 놈이 혼자 많이 컸겠네!!그래서 니가 애늙은이 같았구나!! 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그리 녹녹ㅎ지 않다.직녀의 일기장을 보면 그녀의 고군분투가 웃음을 자아내며,그녀의 지난 과오도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며 읽어 나 갈 수 있었던 것도 다 나에게 이미 지난 이야기이기 때문일것이다.20대 초반의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는 이미 나에게 희미해질대로 색이 바랜 지난 시절을 돌아켜보며 그땐 힘들었지만,지금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는 기억들을 직녀에게 보여 주게 되었다.내가 이만큼 커서 어른임내 하며 아이들을 가르킬 수 있는 것도,아이들을 나름 이해하고 포옹하려고 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의 색바른 기억 속에 접어 놓았던 힘들고,어렸웠던 기억들이 지금은 오히려 밝은 빛으로 나의 어두운 시력을 보강해 주는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아파야한다.견딘 수 있을 만큼 아파야한다.힘들어야한다.내가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할 수록 힘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누구나 일등을 할 순 없다.하지만,누구나 삶은 살아 갈 수 있다.나의 선택과 내가 나를 알고자 하는 깊이 만큼 헤엄쳐 나올 수면이 깊으면 깊을 수록 새롭게 살아가는 삶은 더욱 갑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직녀는 그녀의 일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그래서 그녀가 사랑스럽고,그래서 그런 그녀가 예뻐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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