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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돌아오길 잘 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p593
사는 것이 때론 너무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멸 할 때가 있다.왜그리도,잘난 놈들은 많은지,왜 그리도,되는 일은 없는지...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고,살아 있다는 것이 때론 두려움의 대상이 될 때가 있다.크고,작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유독 나에게만 독하게 여겨질 때,다행이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나태함이 아니였나!!발버둥치고,헤어나올 여력이 없을 때 나를 지탱해준 것은 나의 나태함이였다.밤 늦게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가며 밤을 아침삼아 살아 볼 깡도 없고,그저 차가운 방바닥에 뒹굴며 지낸 1년은 그런데로 나를 살아오게한 자양분이 되었다.그래서 인가?지금은 멍하니 있거나,하루종일 tv를 본다거나,느긋하게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겐 사치처럼 느껴진다.하루가 하루를 물에 말아먹듯 훌훌 마셔버린다. 그 사이에 나는 나에게 주는 유일한 선물을 준다. 컴 앞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정리한다거나,메일을 확인하거나,지난 뉴스를 보며 혀를 차거나,글자를 조합해 가며 책을 읽은 후에 담겨져 있는 마음을 털어 놓는다.
얄밉다,오쿠다 히데오의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얄밉도록,생동감이 넘치는 주인공들의 일상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여도 저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들이 얄밉도록 부럽기까지 하다.최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벗어나고 싶어도 더 이상 벗어날 곳이 없다는 생각에 그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여 밤거리를,팍팍한 직장을,개인 사업장을 배경으로 하루 하루를 힘겨루기를 하며 살아간다.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잘못된 양육태도로 보호를 받지 못하며 살았던 가즈야,부모의 재혼을 통해 자신을 내보이기 보다는 숨겨두기며 살아가는 은행원 미도리, 언니의 잘난 구석에 질려하며 그야말로 될때로 지맘대로 살고 싶어하는 10대 동생 메구미 ,열심히 그야말로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개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착하고 소심한 우리들의 아버지 신지로 ,그리고,이들 주위를 맴돌며 그들의 현실을 옥좌하는 조연들의 역활이 단연 돋보인다.책 속 등장인물 조연상이 있다면 그들이 모두 싹쓸이를 해야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글도 내 입도 곱게 나오지 않는다.읽는 내내 어쩌면 저렇수가,어떻게 할려구,그러다 그들의 말도 안되는 최악의 상황을 보면서 최악의 상황에 빠져 허우적대는 주인공들의 태도는 그들을 보는 나보다 더 덤덤해 보였다.최악의 상황에서 벌이는 그들의 몸부림은 단순한 동정의 표현은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유행가 머피의 법칙을 읖조리듯 경쾌하게 이야기는 흘러간다.다만 내가 여자여서 인지 은행원 언니의 직장상사로 부터 성희롱을 당하여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행하여지는 닳고닳은 사회적인 수법엔 치가떨렸다,또한 그녀의 말마따나 그렇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우유부단한 행동이 화를 낼 수 조차 없게 만든다.내가 화를 내기엔 그녀의 상황이 너무도 최악이였기 때문일것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어찌 될것인지,,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 최악을 치달아 달려가는 주인공들을 오코다 히데오는 한 곳에 집합시킨다.그리고,길고 긴 전쟁을 끝내려는 듯 최후의 수단으로 시한 폭탄을 장착시킨다.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그들은 악마와 천사의 대결처럼 자신들에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그들이 벗어나려 하면 할 수록 문제가 더 커지듯 그들을 더 힘들게 하려는듯 마지막 악마의 괴롭힘이 다시 시작 되려할 때,그들은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 내면에 자리잡은 운명이라는 실타래를 끊기위해 움직인다.그리고,,,폭탄은 터져버린다.
시간은 다시 흐른다.살아 있다면,....그리고,다시 시작한다.살아 가기 위해....
그들과 함께한 이틀동안 나는 나의 최악의 순간들을 떠 올려 보았다.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나를 더욱 강하게 해 주었고,과거보다 항상 더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그 이후에게 살아가는 동안은 크고 작게 계속 생겨나지만,지금 내가 과거를 되씹으며 어둠 속에서 살고 있지 않게 된 것은 내가 스스로 나의 운명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이제는 내 주변에 시한 폭탄이 장착 되어 있는지 직감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경험이란,살아 가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때가 되면 답이 보인다.그것은 최악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나이와는 상관없이 때가 되면 풀 수 있는 문제일것이다.영화를 빛내주는 조연들처럼 내 인생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조연들의 역활에 열받지 말자..그들은 나를 빛나게 해 주기 위해 온 몸바쳐 희생하고 있는 조연일 뿐이다.그들이 역활에 충실할 수록 우리는 더욱 강해 질 수 있다.말려들어서는 안된다.나는 주연상 후보이지만 그들은 조연상 후보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들이 주연이 되기를 원한다면,나의 영화 밖으로 나가야 한다.언제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다행이 나의 영화 시나리오는 내가 바꿀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나의 영향력이 커질 수록 그 힘은 더욱 강력해 진다.장르도,상영할 장소도,상대배우,조연까지도..
끝도 없이 주절거리게 한다.책을 읽고 있는 중에도,,읽고난 후에도..멈추지 않고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최악의 맛을 본 후에도 멈추지 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