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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슬픔
멀리사 브로더 지음, 김지현 옮김 / 플레이타임 / 2018년 5월
평점 :
이 책은 Melissa Broder라는 미국 작가가 sosadtoday라는 익명의 계정에 올리던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편의 글로 완성해 엮은 책이다. 우울증, 중독, 강박, 판타지, 자기혐오를 유머와 비꼬기로 지나치리만큼 솔직하게 쏟아낸다. 그래서일까. ‘한 줄’의 감상평을 남기기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한 문장 안에 하나의 서술어만 담으면, 내 느낌과 이 글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 같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서술어에서 어떤 느낌은 더하고 어떤 느낌은 빼야 ‘그나마’ 적절한 것 같다. 예컨대, ‘위트있다’라고 하기에는 유머로 포장했지만 우울하다. ‘웃프다’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냉소적이다. ‘도발적이다’라고 하기에는 솔직하지만 매력적이지 않고 역겹다.
몇 개의 글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사랑 이야기>가 너무 웃겨서!) 내 유머의 기준은 일반적인 그것에서 살짝 비껴나있다. 약간 냉소적이고, 우울한 코드라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그리고 나의 그녀들은 이 엇나간 유머코드를 공유하는 사이다. “네 친구들은 너랑 정말 비슷한가보구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런 그녀들마저도 이 글을 보고는 적당한 반응을 찾지 못해 머뭇거렸다
“웃기기보다 좀 우울해져서 불쾌한 기분이 드는데, 글이 더럽다거나 불쾌한 게 아니라 감정선 자체가 약간 ‘...’하게 만들어서 코멘트하기가 애매해달까.” “웃긴 내용이 중간중간에 쏙쏙 있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슬프고...” “저런 글들이 싫은 건 아닌데, 기분이 좀 이상해져서 읽고싶지는 않드라...”
그녀들의 느낌과 나의 느낌은 다르지 않다. 차이는 나는 ‘그래서’ 읽고 싶어 하고, 그녀들은 ‘그래서’ 읽고 싶어 하지 않을 뿐. 직접적인 단어, 짧은 문장, 노골적인 묘사, 비꼼과 불안으로 가득 찬 물음표, 결말은 있지만 결론은 없는 글들...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그대로 옮긴다면 이런 글들이 나오지 않을까?
정제된 언어로 쓰인 정확한 글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만큼 위선/위악적인 것이 있을까 싶다.어쩌면 한 인간을 가장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편재와 부재의 끔직한 혼종인 자아를, 분열되고 편협한 인간을 단면 단면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