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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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래저래 책 읽을 기회가 많아서 내 분위기와는 안맞게 책을 마구마구 읽어대고 있다.

그 중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면서 공감하고 울고 웃으며 본 소설이 바로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다루는 배경은 2000년대를 살아가는 나의 풍경과는 조금 다른 1980~1990년대 이야기이지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관계라던가 일상생활은 지금의 내 나이인 20대와 전혀 유리감이 없는, 그냥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였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참 평범하고 쉽고 재미있게 쓰는데에서 끝나지 않고

중간중간 삶의 따뜻함과 굵직한 메시지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동경의 이모저모를 서술하는 것, 눈 앞에 풍경들을 사진을 바라보듯 서술하는 점 등은 이 작가에게 푹~ 빠져들게 했다.



 

 

요노스케를 통해 바라본 나의 20대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평범하다.

 

    명절이나 경조사에서 친척 어르신들을 만났다 하면 매일 듣는말, "그래 대학생활은 어떠니?", 혹은 "이제 다컸네~ 요즘 어떻게 지내 그래?". 이러한 물음들에 나는 매번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내 스스로도 내가 뭘 하고 사는지, 내 대학생활이 어떤지를 단 한번도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매번 두루뭉실하게 뭉게서 대답할 수 밖에 없고, 별거 없는 내 일상을 다시한번 돌아보며 나같이 따분한 인생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거라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하지만 요노스케를 만난 후 난 나의 자책이 필요 이상의 무의미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누구든 일상 속에서 매일 특별함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각자 겉으로 보여지는 일상은 바쁘고 화려하게 보일지 몰라도, 결국 나는,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20대들은 우리 나이대에 접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그저 평범하게 대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일까, 요노스케와 그 주변의 20대들의 삶은 크게 공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듯 하였고, 학교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시 자취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거나 간혹 친구를 만나는 요노스케의 1년은 내 생활을 그대로 판 박아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극단적 결말에 익숙해져있던 내게는 고등학교때의 첫사랑과의 무미건조한 하루데이트 이야기, 너무도 시시하게 헤어져버린 애인 이야기, 그리고 사고친 친구들의 이야기 등이 시시하게도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드라마나 소설에서 접하게 되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얼마나 내 일상과 분리되어있는 이야기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이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풀릴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평범함이 내게 주는 교훈은 꽤나 많았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리는 결정들이 나중의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수 있는가. 혹은 평범함 속에서도 과연 나는 요노스케같은 소소하지만 간단한 인생철학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이 소설의 구성은 요노스케의 20대의 삶이 후대의 그의 주변인들에게, 혹은 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을 어쩌면 '나비효과'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다. 소소한 사건들이 실제로 등장인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렌타인 소동으로 우연히 만나게된 사진가의 영향을 받아 사진에 관심을 갖고 전문 사진가가 된 요노스케, 요노스케와 함께 떠났던 고향여행에서 베트남 피난민들의 아이를 봤던 계기로 나중에 국제봉사가로 일하게 되는 요노스케의 여자친구, 대학 입학식에서 자신의 의도가 아님에도 맺어주게 된 두 친구가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게되는 사연 등은 우리가 맺고사는 인연들과 매일의 일상들이 얼마나 촘촘히 다른 인생들과 연결되어 있는가를 반증한다. 이 책의 옮긴이가 말한대로 "일상의 사소한 게기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라는 것이 새삼스레 실감난다. 그래서 작가는 한 등장인물을 통해 "인생이란 정말이지 어디서 어떻게 풀릴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한것 같다. 나는 그래서 지금의 평범함에 새삼 숙연해지고 지금의 내 평범한 일상이 세상에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끼칠수 있을까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렇게 만물이 연결되어있다는 이 소설의 근본적인 가르침 속에서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내 평범한 일상을 운영해야 할까라는 의구심도 들기 시작한다. 다시 말하자면 어떠한 인생철학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을것 같다. 지금의 내 모습이 후대의 내모습에, 그리고 내 주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를 생각하기에는 아직 경험도 없고 어린 그저 20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주변의 삶들을 변화시킬까 라는 문제보다 요노스케와 같이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은 무턱대고 한다"라는 인생철학이 내게는 훨씬 와닿는다. 이것을 혹자들은 답을 향해 살지 않는 방황하는 20대라고 부를수도 있지만, 진지한 고민으로 답을 찾는데에만 몰두 하지 않는 평범한 삶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하며 살아가는 인생철학이 결국에는 모든 삶의 목표들의 종착역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인연들과 영향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무턱대고 하는 것



    아니나 다를까 요노스케의 최후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충실히 실천한 결과였다. 선로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들었던 요노스케의 삶은 "수많은 인연들과 영향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무턱대고 하는 것"이라는 소설의 교훈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요노스케의 홀연한 죽음 속에서 그가 쇼코를 위해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장면이 생각났다. 마치 나는 내 삶을 살 것이라고 주변의 것들에게 선언이라도 하는듯 풍경을 사진 속에 주워담는 그의 모습은 그가 그의 최후를 알면서도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요노스케 어머니의 편지에 있던 이 문구가 지금와서도 와닿는다. 

"울다 보면 그 애 얼굴이 떠오릅니다. 늘 활짝 웃던 그 얼굴이... 친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그 애를 만난 게 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어디나 있을 법한 정말 평범한 아이였지만 말이예요.... 

아직도 사고를 자주 떠올립니다. 어쩌자고 그 애는 돕지도 못할 상황이었을 텐데 선로로 뛰어들었을까. 그렇지만 요즘에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 애는 틀림없이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을 거다. '틀렸어, 구할 수 없어'가 아니라, 그 순간 '괜찮아, 구할 수 있어'라고 믿었을 거다. 그리고 이 아줌마는 그렇게 믿었던 요노스케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 내가 뽑은 명문구 *



- 소중하게 키운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주는'게 아니라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그 상황을 '극복' 해 나갈 힘을 가르쳐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누군가를 상처 준 일이 없는게 아니라, 상처를 줄 만큼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간 일이 없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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