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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리스트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부터 책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장면 하나하나에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브렛의 엄마 엘리자베스의 죽음이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6개월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신 엄마처럼 브렛의 엄마 엘리자베스도 난소암 판정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엄마를 떠나보낸 브렛의 슬픔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어떤 점에서는 무덤덤하게 묘사한 듯한 장면이 내 마음을 뒤흔든 것은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나 역시 브렛과 같은 심정이었고, 그녀와 같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첫 장면에서 브렛에 동화되었기에 그녀가 어떻게 삶을 이어져나갈지 너무 궁금했다. 그녀의 감정과 행동은 나와 같았지만 그녀의 삶은 나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변호사인 멋진 남자친구도 있고, 자타가 인정하는 가족회사 볼링거코스메틱의 차기 후계자이기도 한 그녀는 누가 보아도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당연히 회사를 물려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유언장에서 지목한 후계자는 그녀가 아니라 새언니 캐서린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녀에게 유산 대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남긴다. 바로 브렛이 14살 때 작성했던 라이프 리스트.
브렛은 아기를 한 명, 또는 두 명 갖기, 아빠와 좋은 관계 유지하기, 훌륭한 교사 되기, 가난한 사람들 돕기 등 라이프 리스트에서 이루지 못한 열 개의 목표를 일 년 안에 이루어야만 엘리자베스가 남긴 유산을 받을 수 있다.
딸을 아는 사람은 엄마라고 했던가? 브렛의 진정한 모습을 알았던 엘리자베스의 유언이, 그녀의 지혜로움이 너무나 나를 가슴 떨리게 했다. 나도 이렇게 멋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죽어서도 딸아이와 함께 있는 듯, 그녀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엘리자베스의 현명함을 가질 수 있을까?
첫 장면의 안타까움이 점차 옅어지면서 라이프 리스트를 향한 브렛의 여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 여정이 참으로 아름답고 예쁘다.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너무나 감동적이다.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브렛과 엘리자베스를. 나의 라이프 리스트를, 딸아이의 라이프 리스트를 작성하게 만든 두 사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