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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크리스틴 페레플뢰리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처음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시골에서 살던 어린 시절에는 책보다 들이나 산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걸 더 좋아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과 대학교 시절에도 그랬어요. 책보다는 사람들을 만나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죠.
그러다 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남편을 만난 이후였어요. 남편이 워낙에 책을 좋아하는지라 주말에 함께 있을 때면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았죠. 아이가 태어나면서 책 읽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어요(물론 제가 읽는 책이 아니라 아이에게 읽어줄 책이기는 했지만요).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책에 빠져든 건 책이 주는 놀라운 세계에서의 경험 때문이었어요. 아픔과 슬픔, 즐거움과 기쁨, 행복 등 온갖 경험들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죠. 삶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하게 되었고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책은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머나먼 나라의 보물일 뿐이기도 하죠. 그런 이들에게 책이 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어떻게 알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에 바로 그런 인물이 등장해요. 책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쥘리에트가 바로 그런 인물이죠.
부동산 사무실에서 근무하여 매일 똑같이 평범함 일상을 살던 쥘리에트는 다른 날과는 다르게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려 출근하다 ‘무한 도서 협회’라는 글이 양각된 금속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가죠. 그 순간 그녀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되죠. 그곳에서 만난 자이드와 그녀의 아빠 솔리망의 제안으로 책 전달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요.
각 사람에게 필요한 책을 골라 전달한다는 역할이 참 매력적이에요. 누군가에게 삶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건네기도 하고, 슬픔에 젖은 이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아픔을 겪는 이에게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일도 되니까요.
소설에는 참 많은 책들과 작가들이 나와요. 책 후미에 <도서목록>이라는 코너에 소설에서 인용한 책들을 정리해 놓았어요. 대부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라 어떤 내용들을 담은 책인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작가의 친구들(혹은 작가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추린 책들이라 더욱 기대감이 커지기도 하고요. 작가의 말처럼 이 목록에 제가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은 책들을 덧붙이고 싶기도 하고요.
책을 통한 관계. 수많은 관계 중에서도 특히나 매력적인 관계. 지금 누군가와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면 혹은 맺기를 바란다면 이 소설이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당신을 책 전달자로 임명하는 그 순간부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