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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오사나이 쓰요시와 미도리자카 유이와 그녀의 딸인 미도리자카 루리와의 만남으로 시작한 <달의 영휴>는 한 마디로 말하기 참 어려운 소설이에요. 사랑 이야기라는 점은 분명한데 사랑 이야기라고만 말하고 넘어가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요.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루리’라는 주인공의 환생, 사랑을 이야기해요. 환생이라는 비현실적인 구조로 구성된 이야기라 조금은 낯설기도 했지만 달과 환생을 빗대어 그려냈기에 루리의 사랑이 더욱 크고, 애잔하게 다가왔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사랑하는 사람 미스미를 떠나야 했던 루리. 두 사람의 사랑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군가는 그들의 사랑을 그냥 불륜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어요. 루리는 분명 유부녀였고,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유부녀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고로 죽은(?) 루리가 몇 번에 걸쳐 루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 미스미를 만나고자 하는 과정을 보면 그저 그런 불륜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너무나 애절하게 다가오니까요. 그녀의 사랑이요. 그래서였을까요? 마지막 루리의 마지막 장면이 찡하게 가슴을 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요.
소설에서 또 하난 눈길을 끄는 장면은 오사나이 쓰요시가 아내의 숨겨진 비밀을 듣는 장면이에요. 루리가 전면에서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화려하게 그려냈다면 오사나이와 그의 아내 후지미야 고즈에의 사랑은 너무나 잔잔해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지만 쌓이고 쌓인 감정이 한 순간 폭발하여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그런 사랑이에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그런 사랑일지도요.
어쩌면 사랑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우리의 삶 자체가 차고 기우는 달처럼 그렇게 매번 변해가는 것일지도. 그래도 ‘루리’처럼 다시 돌아와 여전히 애써 힘쓰며 살아가는 것일 지도요. 그래서였을까요. 이 소설을 사랑 이야기만으로 볼 수 없었던 이유가요.
‘루리’처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달’처럼 기울고 또 다시 채워지는 삶을 산다면? 그런 삶과 사랑 너무나 행복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