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기욤 뮈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에요. 아마 그의 작품은 거의 모든 읽은 것 같아요. 그의 작품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마다 동일한 주제가 흐르는 듯 하면서도 새로운 구성과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늘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에요. 

이번 작품 <파리의 아파트>에서도 새로운 소재와 분위기가 펼쳐져요. 희곡 작가와 은퇴한 여형사라는 인물의 설정도 마음에 들고, 천재 화가가 아닌 아버지의 사랑을 그려낸 것도 마음에 들고요. 물론 아이를 납치하는 상황은 너무 마음에 안 들지만요.

소설을 읽으면서 아버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사실 기억이 별로 없지만 문득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지만 항상 우리를 향해 웃어주셨던 모습이에요. 천재화가 숀도 그랬겠죠. 아들 줄리안에게요.

매들린과 가스파르가 한 집에 머무르게 되는 설정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어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아이를 원하는 매들린과 변해가는 가스파르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마지막 결론도 예상할 수 있었고요.

그래도 기욤 뮈소는 여전히 기욤 뮈소네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스릴러 요소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티격태격 거리는 매들린과 가스파르의 모습에 빠져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네요.

게다가 숀이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 3점을 찾아가는 여정은 스릴러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분명하게 느끼게 해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에 담긴 의미도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오고요. 임사체험이라는 누군가는 비과학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이 느껴져 가슴 한 견이 찡하기도 하고요.

마지막 결론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을 생각나게 해요. 예전에 읽었던 그녀의 소설에서도 범죄자가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 이들이었거든요. 환경의 문제인지, 타고난 성향인지는 그녀의 작품에서도, 이 작품에서도 결론을 내릴 수 없겠지만, 책 뒤편에 실린 세상의 아버지들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두 문장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목숨을 바칠 만큼 자식들을 사랑하는가?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불행에 빠뜨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