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은하에서 - 우리 시대 예술가들과의 대화
김나희 / 교유서가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예술이라는 은하에서>라는 책 제목이 제게는 이렇게 들렸어요. 넓고도 넓은 우주처럼 예술도 넓고도 넓어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속에 빠져들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마법의 공간이라는, 그런 말처럼요.

예술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음악과 미술이 먼저 떠올라요. 다른 장르의 예술도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확 사로잡지만 음악과 미술처럼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느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이렇게 가깝게 생각하는 음악과 미술이지만 막상 이를 감상하는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고, 이에 대한 이해도 그렇게 깊지 않은 건 같아요.

이 책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예술, 특히 음악과 관련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 26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어요. 대부분 음악가들 위주로 진행한 인터뷰이지만 박찬욱, 봉준호, 신경숙처럼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나눈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어요.

‘1부 고통과 고뇌 사이, 2부 침묵 너머 음악, 3부 나는 음악을 믿는다’로 나뉘어 저자가 이 시대를 이끄는 예술가들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어요. 여러 이야기 중에서 더욱 크게 다가왔던 인터뷰 중 하나는 ‘피아노는 그저 악기일 뿐’이라는 제목으로 피에르로망 에마르와 나눈 인터뷰였어요.

이름조차 낯선 피에르로망 에마르는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네요. 피아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봐야한다는 <피아노 매니아>의 주인공이 바로 에마르이죠. 그가 말한 인터뷰 내용 중 이런 말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피아니스트에게 피아노란, 존재를 둘러싸는 최초이자 유일한 차원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피아노는 그저 악기일 뿐이다. 피아니스트는 피아노에 종속되지 않는다.... 나의 최종적 목표 지점은 음악을 하는 것이고, 피아노는 그 지점까지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p.147)

에마르의 내면을 잠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글귀였어요.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피아노에 대한 열정도 넘치지만 그 열정을 넘어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 풍기는 이 글귀에서 예술가란 어떤 존재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예술이라는 커다란 이름 앞에 너무도 작아지곤 했었는데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읽으면서 마냥 크게만 보이던 예술이 내 마음속 작은 주파수에 맞춰 함께 어우러지는 울림이 되었어요. 예술가들에 대한 거리감도 조금은 줄어든 것 같고요. 이 책을 읽고 예술이라는 은하를 바라보는 나만의 망원경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그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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