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평점 :
프롤로그부터 사람의 마음을 확 사로잡네요. 생각지도 못한 소재라서, 혹은 너무 멋진 주인공의 모습에, 혹은 평상시에 좋아하는 분야의 소설이라서가 아니라 단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희대의 도핑 스캔들로 영구 제명을 당한 스프린터 단이.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했던 옛 기억이 떠오르면서 단이한테 바로 푹 빠져들었어요. 단이가 앞으로 어떤 모험을 펼쳐나갈지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단이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알 수 있다는 동병상련의 감정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마치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스포츠 선수에 대한 소설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할지 명확하지는 않아요. SF 요소도 있고, 재난 소설이기도 하고, 스릴러라고도 할 수 있고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유망주 단이는 도핑 스캔들로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게 되죠. 그래도 친구인 지태, 연아가 함께 하기에 이 모든 아픔을 견디면서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을 이용한 달리기 기록 갱신을 마친 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멈춰버린 지하철. 그 후에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 이를 피해 달아나던 세 친구들은 자신들을 입양해서 길러준 엄마 역시 지하철을 탔다 노량진역에 갇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요. 엄마를 구하기 위한 그들의 여정이 시작되고 화니라는 꼬마 노숙자의 도움으로 고속터미널역을 빠져나와 군인들을 만나지만 그들은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단이와 친구들을 격리시키려고 해요.
사건이 일어난 공간이 너무나 친숙한 지하철이라 오히려 더 섬뜩한 느낌이 들었어요. 왠지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요. 게다가 남산지하에 대한 비밀 이야기도 무언가 그럴 듯한 느낌이 들면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고요.
평상시에 자주 보는 장르의 소설은 아니지만 무척 재미있어요. 소설의 흐름도 상당히 좋고요. 곳곳에 만나는 글귀들도 가슴 한견을 꼭꼭 찌르는 명대사들이고요. 다만 이 책이 3부작 중 첫 번째라는 것. 2권과 3권이 해마다 나올 예정이라네요. 성격 급한 사람은 결말이 궁금해서 아마 잠을 이루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네요.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분들에게는 엄청난 기쁨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