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 의도된 선택인가, 어리석은 판단인가! 선택이 만들어낸 어리석음의 역사
제임스 F. 웰스 지음, 박수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10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죠. 사건을 중심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시간적 흐름에 따라 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예전에 학교 다닐 때에 역사가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연도순으로 사건을 나열하라는 문제 때문이었어요. 큰 줄거리에서는 필요한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굳이 지엽적인 시간 순서를 꼭 알아야하는지, 특히 의병이 일어난 시간 순서에 대한 문제는 지금 생각해도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이 책은 고정적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던 제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역사를 시간이나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관점으로 서술해나간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역사를 살펴봐도 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지만 저자가 이끄는 대로 나아가면서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저 역시 알게 모르게 역사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였죠.

그런데 이 책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첫 장에서 어리석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데 이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지고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어리석음이란.. 학습에 의해 변질된 학습, 즉 인위적으로 변질된 학습을 말한다.

어리석음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보면서 한참 고민했어요. 뭐가 이리 어렵지? 그뿐이 아니에요. 바로 뒤이어 설명한 스키마도 어렴풋이 이해는 되지만 확실하게 알지는 못해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어리석음의 총제적인 내용을 다룬 1장을 넘어가면 그리스에서부터 20세기까지의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주장을 설명하기에 그나마 조금은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죠.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참 놀라웠어요. 현자의 시대라고 할 만한 그리스 시대에도 수많은 인간의 어리석음이 판을 치고 있었죠. 특히 저자는 서양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대표주자로 플라톤을 꼽고 있죠. 위대한 질문자의 지적 부정직함이라는 전통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요(말이 상당히 어렵죠^^ 간단히 말하면 질문자가 자신의 마음속에 이미 결론을 내린 채 철학적 탐구를 했다는 거에요).

이처럼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끝없이 반복하죠. 지금도 누군가는 그런 판단을 하고 있을 테고요. 이 책은 그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돌아보게 해주죠. 앞으로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지만요.

앞으로 인류가 어떤 역사를 만들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고민하고 고민하는 인류의 모습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리라는 희망을 가져요. 희망이 또 다른 희망을 낳아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