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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꿈을 크게 가져야 해. 꿈이 클수록 살아남는다는 말을 들었어. 꿈이 작을 경우 풍파를 만나거나 폭우를 만나게 되면 흔적도 없이 지워지거나 바람에 쓸려가 버릴 테니까(p.337)
가수를 꿈꾸는 알렉산드라에게 마키가 던진 이 한 마디가 소설을 읽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있네요. 내게 있던 그 옛날의 꿈이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듯한 이유가 바로 마키가 말한 것처럼 꿈이 작았기 때문일까요?
골드먼 가문의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큰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의 꿈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요. 힐렐과 우디, 마키와 알렉산드라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크게 들었어요.
힐렐이나 우디는 어쩌면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을 더 의식해서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의식이 결국 그들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은 아니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에 반해 소설 속 화자인 마키는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을 부러워했지만 자기 자신만의 꿈을 꾸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그 꿈을 이루어내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알렉산드라도 마찬가지고요. 마키의 조언으로 다시 자신만의 꿈을 꾸었기에 그 꿈을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의 해체에 대한 말들이 많이 오고가는 세상이라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서로를 아끼고 이해해주는 모습. 특히 우디를 대하는 사울과 아니타의 모습은 정말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그게 누구의 잘못인지는 따지지 말고요.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퍼즐을 찾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않고 읽었어요.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건지,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증이 점점 커져가면서 다른 데 눈을 돌릴 수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가 흥미진진했거든요. 조엘 디케르 현상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요.
비극적인 선택을 한 그들에게도, 빛나는 삶을 살게 된 이들에게도 삶은 여전히 똑같은 무게로 지나가는 걸까요? 생의 비밀이 무엇인지 여전히 애매하지만 삶의 한 면을 본 듯한 기분에 당분간 볼티모어 골드먼과 몬트클레어 골드먼들을 계속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내 삶은 그들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깊이 고민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