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시아 - 인간의 종말
이반 자블론카 지음, 김윤진 옮김 / 알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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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회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요?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감싸주는 사회에서 살아갈까요? 아니면 한 사람을 그저 무언가에 대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일까요?

 

이반 자블론카의 <레티시아 - 인간의 종말>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한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2011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레티시아 페레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룬 논픽션이기에 가슴 한쪽이 계속해서 무거웠어요.

 

레티시아 페레는 납치된 후 결국 살해되어 시신으로 발견돼요. 그녀를 살해한 범인은 바로 잡혔지만 그녀의 시신을 찾는 데에는 12주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그녀의 사건은 프랑스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렬한 영향을 주어요. 대통령까지 나서서 판사들을 비판하는 바람에 프랑스 사법부가 파업에 돌입하는 등 그 여파가 상당했지요.

 

저자는 여기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해요. 이 사건의 피해자인 레티시아 페레에 대해 사람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오로지 그녀를 범죄의 희생자로 보면서 사건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그녀를 살해한 범인이나 여타의 여론, 정치가들을 부각시키고 그녀의 존재 자체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고 말이에요.

 

레티시아 사건을 파헤치면서 드러난 양아버지 질 파트롱의 성범죄, 참 할 말이 없어졌어요.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런 일은 그 어떤 말로도 이해할 수 없고,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할 수가 없어요. 선한 양의 탈을 쓴 늑대.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르코지 대통령과 범인 토니 멜롱의 모습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범인이야 그렇다 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살인 사건으로 자신의 인기를 높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저자도 그런 평가를 내리는 듯 하고요.

 

살인 사건과 그 사건으로 자신의 남은 인생을 빼앗기고 살아왔던 나날들도 묻혀 버린 레티시아를 한 인격체로 다시 살린 저자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려요. 그녀를 통해 아이들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발한 점도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렇지만 정말 이런 책이 앞으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네요. 그 어떤 형태로라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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