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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여자
가쓰라 노조미 지음, 김효진 옮김 / 북펌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변호사가 돼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았어. 다들 비슷한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는 걸 말이야.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다들 말하지 않는 것뿐이란 걸 알게 됐어. 힘들고 외로워도 내일을 향해 살아간다는 걸. (p.358)
데쓰코의 이 말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건방진 걸까? 아니면 너무 나이가 많이 들어버린 걸까?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지만 정말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살아간다고. 많이 가진 사람도, 가진 게 없는 사람도. 아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누군가를 속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다들 그렇게 비슷한 감정을 품고 내일을 향해 살아간다고.
어설픈 사기꾼 나쓰코의 이야기에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연민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내게 남긴 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깊은 삶의 모습이다.
나쓰코의 친척이자 변호사인 데쓰코의 시선으로 나쓰코의 일생을 돌아보고, 그녀가 저지른 어설픈 범죄 행위를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의 축을 이루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공허함만을 품고 살던 데쓰코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단편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들려주는 삶의 지혜 중 하나는 변호사로 첫 발을 내디딘 데쓰코에게 오기와라가 들려준 ‘듣는다’ 것과 나쓰코가 그녀를 추종하는 남자들에게 불어넣어준 자신의 꿈, 희망에 대한 생각이다. 두 가지 모습이 다른 듯 하지만 또한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100만 엔이라는 상금으로 즐겁고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나쓰코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줌으로써 아픔과 고통을 털어내고 내일을 향해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오기와라의 방법이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고인이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도 마찬가지고. 언니 인생은 오롯이 언니 거야. 누군가에게 평가 받을 만한 그런 게 아니야. (p.372)
이 문장 또한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삶의 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 다른 이의 평가와 생각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은 누군가에게 평가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오롯이 각 개인에게 주어진 한 장의 도화지일 뿐.
가볍게 시작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무겁게 그렇지만 따뜻하게 가슴을 쓰다듬어주는, 또한 각 사람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면서 흐뭇하게 미소 짓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