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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소설, 사진과 만나다 해외문학선 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민 옮김,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7년 3월
평점 :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데미안>이다. 읽으면서 어렵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전체적인 흐름과 줄거리야 어느 정도 파악을 했지만 헤세가 이 책에서 다룬 건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내용들, 특히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과 니체의 사상이 이곳저곳에 담겨 있어서 툭툭 막히는 곳이 적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어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래도 여타의 번역본들보다 청년정신에서 출판한 <데미안>이 훨씬 가슴에 깊이 와 닿은 건 책에 곁들인 홍성덕님의 사진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에 걸맞은 사진이 곁들여져 읽는 이의 부담감을 확 줄여준다. 책에 대한 내용도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더욱 쉽게 느낄 수 있었고.
이번에도 여전히 나의 마음을 뒤흔든 구절은 유명한 그 구절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p.148)
예전에는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나온다는 점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알을 깨고 나와도 여전히 또 다른 알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부모라는 커다란 알을 깨고 나왔더니, 누군가의 부모라는 또 다른 알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 그렇지 않나? 무언가를 깨고 나와도 여전히 무언가에 둘러싸일 수밖에 없는 삶이지 않을까?
명작은 명작이다. 읽고 또 읽어도 늘 새로운 느낌, 새로운 생각을 품게 한다. 딸아이와 함께 읽을 때, 그땐 어떤 생각이 들까? 알을 깨고 나오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리라는 기대감이 다시 새로운 느낌에 빠져들 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