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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 김정아 소설집
김정아 지음 / 클 / 2017년 1월
평점 :
평상시에 나는 얼마나 내 주변을 돌아보며 살았을까? 가난하고, 병들고, 힘도 없고, 아프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는 있을까? 그저 나 자신만을, 내 가족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정아의 소설 <가시>는 내게 이런 화두들을 던졌다.
김정아 작가는 삼사십대를 인권운동으로 보내고 현재도 서울시 성북구 인권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수록된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전달한다.
소설집 <가시>에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철거 위기에 놓인 시장 상인들, 싱글맘으로 택배기사를 하며 살아가는 여성, 노동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대표작 <가시>처럼 우리의 마음을 콕콕 찌른다.
작가가 그려낸 이들의 모습이 너무 담담해서일까? 더욱 내 마음이 아팠던 이유는. 또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얼마나 내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이들의 아픔은 누구의 책임일까? 국가의 책임? 기업가의 책임? 지역 공동체의 책임? 아마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조그마한 관심조차도 가지지 못했던 내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건 아닐까?
소설의 역할은 우리를 깨우는 것이다. 깨워서 일어나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내 속에 작은 씨앗 하나를 뿌렸다. 이웃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가장 큰 나무로 성장하게 될 그런 씨앗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