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임재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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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건 항상 어렵다. 그냥 편한 게 써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자리를 잡고 앉아 끼적이려고 하면 온갖 생각이 들면서 한 줄 쓰기조차 쉽지 않다. 간단한 글을 쓰는 것조차 이런 데 소설을 쓴다고 하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임재희 소설 <비늘>은 바로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가에 대한 작품들이 적지 않게 출판되고 소설가의 아픔과 고뇌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들었던 터라 그렇게 색다른 소재는 아니었지만 작가의 전작 <당신의 파라다이스>를 읽고 상당히 인상 깊었기에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이 남달랐다. 소설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도 무척 궁금했고.

 

소설은 영우가 재경에게 책과 집을 팔고 헤어지자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첫 장면부터 참 아프게 다가온다. 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알려주는 듯한 문구들 때문이다.

 

“활자의 시대는 이미 끝났어.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 팔자. 그게 깔끔해.”(p.7)

 

“기증하세요..... 아니면 폐지밖에 더 되겠어요?”(p.17)

 

소설이라는 게 이런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걸까? 한 작품을 쓰기 위해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수없이 많은 눈물과 땀과 피를 흘린 작가의 모든 노력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걸까? 초반부터 나를 뒤흔든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다. 끝없이 노력했지만 문단에 등단하지 못한 사람, 소설을 출간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사람, 뛰어난 능력으로 신춘문예에 작품이 당선된 사람,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모방할까봐 전전긍긍하며 제대로 된 작품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사람.

 

참 다양하다. 소설가들의 삶도. 다양한 유형의 소설가가 있다는 말은 다양한 소설에 대한 생각이 있다는 얘기이리라. 그 중에서 한 명인 <비늘>의 작가 한동수는 소설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게 소설만큼 더럽고 아름다운 것은 없어요.”

 

무슨 말이지? 소설이 더럽고 아름다운 거라니. 그래도 영혼이 가장 깊이 닿은 곳이 소설이라 가장 소중하다는 말이 있어 소설에 대한 애정은 느낄 수 있었지만.

 

언젠가 나도 소설을 쓸지 모르겠다.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작업이지만 내 마음 속에 담긴 이 한 마디가 그 길로 이끌지도 모르겠다.

 

푸른 종이로 만든 거대한 책. 결국 사람들은 이곳에서 위안을 받는구나, 결국 여기에서 걸음을 멈추는구나.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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