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가쿠다 미츠요의 전작 <종이달>을 읽고 작가에게 상당히 매료당했다. 정말 당했다. 가볍게 생각하고 읽은 소설인데 그렇게 깊이 빨려 들어갈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슨 블랙홀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런 그녀의 소설이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아동 학대를 다룬 소설에 이렇게까지 공감할 수 있다니.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은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 공감하는 정도가 완전히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된 이유는 나 역시 5살인 딸 아이 하나를 키우는 워킹맘이었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전업주부로 돌아섰지만).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지(양육을 전담하는 전업주부도 마찬가지다) 100프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의 아기를 죽인 미즈호의 행동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행동 이면에 담긴 여러 상황들에 공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소설 속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는 건 미즈호 본인의 입을 통해서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의 탁월함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저자는 미즈호 사건을 들여다보기 위해 주인공 리사코를 내세운다. 미즈호를 보며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리사코를.

 

미즈호 사건이 리사코의 일상과 교차되면서 독자들은 그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독자가 어린 자녀를 둔 주부라면 말이다. 나도 그랬다. 남편이나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소설 속 이야기와 다르지만 말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그 의미를 완전히 다르게 이해한다는 점에도 역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를 본 적이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며 정말이냐고 몇 번이나 묻고 싶었다. 내 뜻이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의 행동에 울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나로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말이었기에. 진짜 그럴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육아전쟁에서 남편, 시어머니, 혹은 또래 친구들의 부모들과의 대화는 또 다른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결코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아마 작가도 그런 모습들을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주변의 이해를 받지 못해 홀로 외로운 길을 걸어야했던 수많은 엄마들의 모습을.

 

작가의 ‘사건 3부작’ 중 <8일째 매미>는 아직 읽지 못했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리묘사에 탁월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또 다른 재미에 빠져들 기회가 남아있다는 생각에. 잔인하고 불쾌한 장면 묘사 대신 심리묘사를 통해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