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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7월
평점 :
어느 순간 내 이름 석 자가 사라져버렸다. 그 대신 누구 엄마라는 타이틀이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내 이름을 대신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그 삶이 너무나 익숙해지면서 지금 내 모습에 별다른 의문점을 가지지 않는다. 엄마로서 살아가는 삶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일인 것처럼 느끼면서 말이다.
물론 엄마로서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는 따로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사라진 내 모습, 내 이름을 생각하면 텅 빈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한 ‘반항아’ 달팽이에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은.
반항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이 책에 나오는 달팽이는 느리지만 세상의 관습에 맞서 싸우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 마리의 달팽이가 맞서 싸우자 그 뒤로 수많은 달팽이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는 것이다.
인간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 새로운 세상, 올바른 세상으로 한 걸음만 뗀다면 그 뒤를 이어 느리지만 그 길을 따라가는 이들이 생기고, 그것이 우리 모두가 꿈꾸는 희망찬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반항아’ 달팽이는 느리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다. 나는 지금 어떤 길로 나아가고 있을까? 그저 익숙한 길을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을 찾는 그 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