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리사 마은숙
김설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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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시골에서 증조할머니, 할머니랑 함께 살았다. 그러다보니 어른들이 살아오신 세월에 대한 모습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심겨 있었던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그 옛날 어렸을 때 보았던 증조할머니, 할머니의 삶이었으니까.

 

심명자 할머니처럼 우리 할머니도 역시 하루 종일 부엌에 계셨다. 일군들을 많이 부리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증조할머니부터해서 가족만 해도 윗집, 아랫집 해서 수십 명이 넘다보니 하루 삼시 세끼를 먹는 것도 일 중의 일이었다.

 

하루 일과만 비슷한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삶은 또 어찌 그리 심명자 할머니의 남편과 그리 똑같은지. 어른이 되어 우연히 친구들과 나눈 대화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은 거의 비슷비슷했다. 시대적인 모습이었던 걸까? 아니면 남성 중심의 사상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그 모든 잘못이 당연시되었기 때문일까? 여하튼 너무나 비슷한 그 모습에 얼마나 분통이 터졌었든지.

 

그렇다고 그 시절을 살았던 분들이 모두 잘못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심명자 할머니의 시아버지가 보이신 모습처럼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대문을 들어선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나누어 먹던 모습에 담긴 온정은 지금까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심명자 할머니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찾아온 마은숙. 두 사람은 그저 일적인 만남이려니 했지만 사람 간의 관계란 게 그렇게 딱 선을 긋고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와중에 마은숙, 그녀가 오는 날을 점점 기다리게 되는 심명자 할머니. 마은숙 또 어떤가? 가슴 속에 담긴 아픔을 결국은 심명자 할머니에게 털어놓는다. 둘은 그렇게 모든 것을 떠나 친구가, 가족이 되어간다.

 

요즘 그런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혈연으로 묶인 가족이 해체되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마음으로 엮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도 일견 그런 면이 강하다. 자신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는 딸들과 아들보다 자신의 지난 삶을 들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마은숙이 심명자 할머니에게는 또 다른 가족일 수밖에 없다.

 

심명자 할머니와 마은숙이 인터뷰가 끝난 후 다시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아끼는 가족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런 그들의 관계가 더욱 그리운 것은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이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끌어당겼던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어느덧 사라져버린 서로에 대한 정과 사랑이 그리워서 말이다.

 

심명자 할머니의 지난 삶이 아프고, 슬프고, 안타까우면서도 마은숙과 함께 한 그 여정이 훈훈한 마음으로 나를 감싸주었다. 어머니가 해 준 따뜻한 집 밥이 생각나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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