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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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뭐라고 말해야 할까, 소설 아님 에세이. 어떻게 보면 환상적인 이야기나 동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지만 분명한 것은 38편의 글들이 너무 흥미롭다는 점이다. 부제로 달린 황경신의 이야기노트라는 말이 이 책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말해 황경신 작가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50만 독자가 선택했다는 <생각이 나서>도 이번에 들어본 책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작품이라 별다른 기대감은 없었다. 그저 38편의 짤막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 짬짬이 한 편씩 읽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런데 첫 이야기부터 상당히 강력하게 다가왔다. 여행을 대신해주는 사람. 오호, 진짜 땡기는 직업이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을 대신해 비용을 받고 갈 수 있다니. 현실에도 이런 직업이 있다면 당장에 지원하고 싶을 정도였다.

 

첫 이야기의 강렬함은 그 이후로 쭈~욱 계속된다. 마음을 사는 이야기, 책갈피 이야기, 되살아난 슈베르트의 이야기, 줄리엣이 남긴 유언 이야기, 작가(세익스피어)가 직접 낭독해주는 국경의 도서관 이야기. 이야기 하나하나가 너무나 재미있다. 너무나 가슴 깊이 다가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달을 둘러싼 사실과 진실 또는 거짓말>이었다.

 

달은 형상 자체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상상이고 그것 자체라네. 그게 달의 진실이라고 믿네.(p.173)

 

달과 지구와의 거리, 달의 지름, 달의 밀도 등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달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달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 속에서 또 다른 진실을 갖추고 있다.

 

나는 어째서 달이 지구에 의해 규정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 달은 달 그 자체로 보아야 하네. 그것을 볼 수 없다면 우리는 달의 진실은커녕 거짓말도 알 수 없을 거야.(p.175)

 

어디 달 뿐이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지 않을까. 나를 기준으로 상대방을 규정한다면 그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있을까. 그저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사실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매 이야기는 2-3, 길어야 7-8장 분량이다. 그렇게 짧은 이야기에 어떻게 이런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고도 놀랍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이야기를 펼쳐놓을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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