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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
르네 망조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워낙에 유명한 시이다 보니 그 의미도 대부분 다 알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름이 없는, 좀 더 정확하게는 이름이 없어진 사람은 그 존재 의미가 사라진 것일까?
용의자 X(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혹은 그녀에게 있어서 육체적인 죽음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의미 없는 존재는 그렇게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 혹은 그녀는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 살인행각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엽기적 살인행각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이용해 사람을 속이는 것. 대표적인 사례라면 바로 보이스 피싱이 그렇다. 자녀가 아프다고, 아내에게 사고가 생겼다고. 이런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인 걸까? 용의자 X와는 또 다른 이유로 그런 것이겠지만.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다. 살인사건이 워낙 엽기적이라 역겨운 느낌도 들긴 했지만. 또한 장기이식이라는 화두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용의자 X와는 완전히 반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주는 행동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