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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이면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1
이영훈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의 성격에 몰입할 때도 있고, 사건에 빠져들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소설 속 한 구절에 꽂혀 책을 읽는 내내 그 구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오로지 한 구절에 꽂혔다. 바로 이 문장에.
연호는 연희에게 착실히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p.115)
사람 간의 관계를 설명한 문장 중에서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는 문장은 길들인다는 말로 유명해진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일 것이다. 바로 그에 버금가는 글이 바로 이 구절이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의 관계, 특히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는 연호와 연희처럼 착실하게 스며들며 만들어진다.
물론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끌렸다. 하지만 그런 끌림이 연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연희가 말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연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착실히 스며든 관계는 상대방의 본질을 알게 된 후에도 쉽사리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 연호의 진짜 얼굴을 본 연희가 오히려 장난하듯이 그와의 관계를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또 다른 면에서 나를 뒤흔들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연희의 태도에서 말이다. 어머니를 대할 때도, 그녀를 철저하게 조롱하는 듯한 유나를 대할 때도, 무엇보다 그녀의 남자였던 상호를 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복창이 터져나갈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사람들을 너무 무르게 대하는 연희는, 에휴. 진짜 보는 내가 너무 열불이 나서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연희와 연호의 관계를 열심히 응원했는데, 연호의 또 다른 모습은 상상을 넘어섰다. 설마 그런 행동을 할 정도라니. 연애가 주는 열병을 넘어서 진짜 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올 정도였다. 그런 연호를 연희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지만.
너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연애의 이면에는 연호가 보인 모습과 같은 그런 어두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들어내는 어두움. 그래도 그런 사랑이 그리워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