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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0
서유미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틈이 있으면? 건물에 틈이 있으면 그 틈 때문에 언제가 그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틈은 가벼워 보이지만 어느 순간 가장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에게 틈이 있으면? 어쩌면 조금 더 사람답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은행나무 노벨라의 10번째 작품의 제목이 바로 틈이다. 이 틈은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만난 삶의 또 다른 얼굴이다. 삶에서 만난 이 틈은 결국 사랑이, 믿음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를 알려준다.
정윤주. 자신의 이름조차 어느 순간 사라진 채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던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결코 여자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옆에 태운 채 웃으며 여자의 뺨을 쓰다듬는 모습을 본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그 모습에 그녀는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목욕탕에 가고 그 곳에서 민규 엄마, 윤서 엄마를 만나 어울리며 서서히 각자가 가진 아픔을 드러낸다.
내 남편은 결코 임정호씨와 같지 않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 사이에 틈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사람 사이에 틈이 없는 관계가 현실에서 가능할까? 정희처럼 담배 하나가 틈이 되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랑과 믿음은 언젠가는 무너질 운명인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이와는 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호와 지유의 엄마가 아닌 정윤주와 임정호의 만남 때문이다. 사랑도, 믿음도, 틈이 있는 그대로의 개인이 서로를 향할 때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었을까?
틈이 있는 나, 그 모습 그대로 사랑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