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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투쟁
장정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오늘날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공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끝없이 이어가야 할 것이 바로 공부이다. 이런 공부하면 떠오르는 인물 중의 한 명이 바로 장정일이다. 10년 전에 나온 장정일의 <공부>를 읽으면서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다시 나와 또 한 번 공부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저자가 말하는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 그렇기에 저자가 던져주는 화두는 그저 출발선에서 울리는 한 발의 총성과 같을 뿐이다. 나머지 여정은 결국 달리기를 하는 주자인 각자의 몫인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떠오르지 않아 다시 새롭게 읽는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니 머릿속에 그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도 분명 책을 읽으면서 분노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다잡기도 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10년의 시간동안 나는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이 흘렀고, 나름대로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처럼 나의 무지를 깨닫고 진정한 중용의 가치를 세우고자 했는데 10년 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내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해 온 모든 공부가 헛된 것이었던 걸까?
맞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면의 무언가가 그때와는 조금이나마 달라졌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잠 못 이룬 그 밤, 잠 못 이룬 사람’이라는 제목에서 본 박노자의 이야기는 내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이번에도 다시 느낀 것이지만 비판과 부정의 정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그 말이 나를, 내 생각을 날카롭게 다듬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지금 그가 다시 들려준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내 삶에 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란 한 사람이 ‘조금’하고, 그 사람이 지치거나 힘이 달리면, 선행자가 조금 공부해 놓았던 것을 맛본 사람이 이어서 계속 하는 것이다(p.206)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가 펼쳐놓은 공부에 나의 공부를 조금씩 더해갈 것이다. 저자처럼 책으로 내가 쌓은 공부를 펼쳐놓지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의 아이에게, 나의 옆 사람에게 내가 했던 공부를 다시 건네줄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각자의 공부가 끝없이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