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를 타면 바람이 분다
석우주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르스로 온 나라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나 역시 이러저러한 이유로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었다. 로맨스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몇 권 읽으면서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로 우울한 기분이 어느 순간 쏙 사라져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묵과 분홍(강희)의 사랑은 그렇게 달달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니 둘의 관계는 어찌 보면 악연으로 똘똘 뭉쳐진 것 같은 상황이 자꾸 벌어지며, ‘어라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우연치 않게 처음 만난 날 스쿠터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다. 물론 그게 그 남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두 번째 만난 날. 그와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걸려온 엄마의 전화. 가볍게 생각한 그 전화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가 하는 가게에 불이 나 결국 엄마는 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서로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악연이 결국 서로 헤어지는 이유가 되고 만다.

 

그렇지만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결국 둘이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회사 일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에 사랑이 깃들고 있음을 알지만 어렸을 때 받은 상처로 인해 주저주저하는 신묵과 힘겹고 어려운 모든 상황을 혼자 이겨내며 그 남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분홍.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스스로 그어 놓은 경계선을 넘지 못하는 걸까?

 

사랑이라는 게 참 묘하다. 신묵과 분홍. 상처 입은 마음, 아픔을 경험한 마음이었기에 그들의 사랑은 서로의 상처를 안아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그들의 사랑이 조금씩 커져 갔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내게 아픔이 있었기에 그런 아픔을 가진 사람을 보듬어 안을 수 있었던 그런 일이.

 

신묵과 분홍처럼 그렇게 다시 만날 인연이 현실에서 일어날 일은 그렇게 높지 않겠지만 혹 누가 알겠는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누군가가 당신의 인연이 되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줄지. 신묵과 분홍의 잔잔한 이야기에 가슴 한견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따뜻해진 행복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