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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그림 -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4월
평점 :
대부분의 그림은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냥 다가오는 그대로 느끼면 된다고 하지만 그 말이 더 어렵다. 어떤 그림들은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고, 어떤 그림들은 혼란스러움만 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 같은 경우에 그림을 보면서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다르다. 그림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다. 아니 오히려 친밀하고, 친숙하고, 따사롭고, 왠지 모르게 포근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프롤로그에서 밝힌 저자의 생각 때문이다.
그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며, 분석이 아니라 감응하는 것이다. [중략] 그림을 바라봄으로써 조금은 쓸데없고 불확실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상상을 기웃거려보고, 그 소통의 과정을 통해 삶의 행복을 일깨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얻는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과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저자가 던진 이 한 마디가 그림을 보는 내 맘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이렇게 차분해진 마음에 다가선 첫 그림. 그 첫 그림이 또 나에게 편안함을 더해 주었다.
빌헤름 함메르쇠이의 <침실>. 창밖으로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이 꼭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저자의 그림에 대한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설명에 더욱 깊이 그림에 빠져 들었다.
빨래를 너는 여인,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여인, 아이의 발을 씻기는 여인, 열차 안에서 홀로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 등 책에 실린 그림 한 점 한 점이 바로 내 모습을, 내 삶을 그대로 담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모습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향한 위로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그림이 멀리 떨어진 낯선 무언가가 아니다. 바로 내 삶을 보여주는 자화상임을 알게 되었다. 그 속에서 위로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림은 지치고 힘들 때 나를 다독여주고 어루만져 주고 힘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 하나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은 더없이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슬프고 힘들고 지쳐 있던 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