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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 장 드 라 브뤼예르 지음, 한상복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우리는 행복해지기보다는 행복하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렇게 믿어달라고 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쓴다. - 라 로슈푸코(p274)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등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수없이 많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 중 일부는 서로 상충되기도 해, 과연 어떤 말을 기준으로 삼아 살아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우리에게 삶의 모습을 알려줄 만한 잠언들을 모은 책이 나왔다. 바로 <필요한 사람인가>이다.
이 책은 17세기에 살았던 발타자르 그라시안, 라 로슈푸코, 라 브뤼예르라는 3명의 현자들이 바라본 삶과 인간의 모습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들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발타자르 그라시안 외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인물들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쇼펜하우어, 니체, 스탕달, 키에르케고르 등 유명한 철학자와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다.
이들 세 명의 현자는 세상을 살아갈 때 좋은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능력적인 면만이 부각되어 조금은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필요한 사람이란 그런 의미를 넘어서 심리적인 면이나 감정적 차원까지 포함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 그렇지만 남들에게 끌려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책에서는 역사적 사건이나 일화 등을 예로 들어가며 세 명의 현자가 들려주는 잠언들을 알기 쉽게 풀어나간다.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담겨있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선행을 베풀더라도 받는 사람과 베푸는 사람의 마음이 서로 달라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나 역시 경험으로 체득한 이야기라 깊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세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 중 가장 깊게 내게 인상을 준 이야기는 맨 처음에 인용한 문장이다. 남을 신경 쓰다 정작 자신의 진정한 행복은 찾지 못하는 모습.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던 터라 라 로슈푸코가 던진 한 마디는 가볍게 듣고 흘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300페이지의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이들이 던진 한 마디, 한 마디를 깊이 곱씹으며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