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없다
한수경 지음 / 문이당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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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없다>는 한수경 작가가 그려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세계대 학생회장을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과 생각을 보여주면서 우리 시대의 진보와 보수의 모습을 그려낸다. 보수를 대표하는 주몽과 진보를 대표하는 나영웅. 이들은 과연 우리 시대를 이끌어 갈만한 영웅인 걸까?

 

국어사전에서 영웅이라는 말을 찾아보니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란다. 이 정도라면 우리 주변에 많지는 않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는 <영웅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왜 영웅은 없다고 생각한 걸까?

 

녹사의 말을 잠깐 살펴보자.

 

영웅이 나와 유정민의 합작품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

지금 시대는 영웅을 만들 수도 없고, 설사 만든다고 해도 유효 기간이 짧아서 안 돼. 요즘 대중들의 욕구가 얼마나 다양한지 아냐?[하략]” (p.13)

 

세계대 학생후보였던 나영웅을 녹사는 자신과 유정민이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영웅을 만든 인물에는 그들과 함께 데일리스팟을 이끌었던 화자인 공탁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소설에 그려진 영웅이라는 인물은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가 영웅이라고 믿었던 인물이 결코 영웅일 수 없음을, 녹사의 말처럼 그저 만들어낸 환상일 뿐임을 알게 된다.

 

소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자신의 실체를 숨긴 채 사실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확인 없이 그저 군중 심리에 휩쓸려 다니는 대중들의 모습. 그런 그들을 유도하는 소수의 인물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 또한 그들에 의해 추락해버린 영웅.

 

이 소설은 그래서 아프다. 머나먼 별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바로 오늘도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이런 시대에 진정한 영웅은 어떤 존재일까?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정말 영웅은 사라지고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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