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메이드
아이린 크로닌 지음, 김성희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네 살 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뒤편에 실린 이 문장을 보면서 장애를 갖고 태어나 어렵게 살았지만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 네 살 때 다리가 없는 자신과 다리가 있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었다면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았을지 그려지지 않는가?


만약에 나라면? 어느 순간 내 처지를 받아들이기는 하겠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아파하고 힘들어 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방에서 결코 나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린 크로닌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을 보면 오히려 그녀는 유머가 넘치고 즐거움이 넘친다. 물론 곳곳에서 보이는 모습에는 어린 소녀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과 절망이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비밀을 감춤 어머니를 향한 마음에서는 원망도 느껴진다. “탈리도마이드이 한 단어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지만 그녀가 글을 풀어나가는 흐름을 보면 밝고 유쾌한 그녀의 얼굴이 그려진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지쳐있던 내게 힘을 준다. 그녀의 삶도 나와 그렇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겪는 힘듦과 고통과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나를 꼭 안아준다. 이 책은 그렇게 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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