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자젤이라는 상표가 붙은 술병과 술잔(?)으로 들어가려는 붉은 색 악마의 모습이 담긴 표지가 눈길을 끈다. 술잔보다 크지 않은 악마의 모습은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악마의 이미지가 아니라서 그런가 오히려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자젤>은 성경에 나오는 타락 천사 아자젤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2센티 크기의 악마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살아생전 480여 권의 책을 낸 SF 소설계의 거장으로, <아자젤>은 그가 1980년부터 잡지에 연재한 단편 18편을 모아 발행한 책이다.

 

소설은 작가를 대변하는 와 아자젤을 불러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조지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조지가 들려주는 아자젤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액자 형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18편의 작품들에는 다양한 소원들을 가진 다양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조지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자젤의 능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처음 의도한 바와는 달리 아자젤의 능력은 소원을 빈 사람들을 도와주기보다는 역으로 나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단 한 번의 노래에 나오는 앤드루 모텐슨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꼬집는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게 드러난 작품이다(물론 다른 작품들에서도 인간의 행태를 꼬집는 작가의 능력은 수시로 드러난다). 모텐슨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인 후 그녀에게 완벽한 목소리를 선물해달라고 조지에게 부탁한다. 모텐슨의 바람대로 그 여자는 완벽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주려고 한 마음씨 착한 사람의 이야기 같지만 그 이면에는 모텐슨의 다른 의도가 숨어있었다. 모텐슨은 완벽함을 경험한 뒤에 다시는 그 완벽함을 재현할 수 없다는, 그 완벽함을 경험할 수 없다는 비극을 그녀에게 선물하고자 했던 것이다. 자기를 비참하게 만든 사람에 대한 인간의 복수심.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그녀의 노래를 가장 열심히 집중해서 들은 모텐슨이다.

 

<아이작>에는 이처럼 사람들의 본성, 어쩌면 바로 내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인간의 본성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가볍게 웃으며 넘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 마음을 꼬집는 듯한 이야기에 가슴 한 쪽이 서늘해지기도 하였다. 한 바탕 웃음 속에 담은 작가의 뼈아픈 이야기에 한 동안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