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환문총
전호태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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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 소개를 읽으면서 마음이 끌렸던 내용은 벽화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벽화라는 설명이었다. 처음 그려진 벽화를 가리듯이 그 위에 회를 덧바른 후 다시 그려진 동심원문들, 무언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풍기지 않는가? 평소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그림 뒤에 숨겨진 그림이라는 이야기와 천년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환문총의 두 얼굴을 만나다!’라는 출판사 서평은 무덤 주인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말하는 듯한 느낌이라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결코 무덤의 주인을 둘러싼 가벼운 미스터리물이 아니다. 이 책은 평생을 바쳐 고구려 고분벽화 분야를 연구한 울산대학교 박물관장 및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전호태 교수가 고구려 고분벽화의 의미와 중요성을 전하는 것으로, 소설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고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책을 읽다 단 한 문장에 가슴이 턱 막히면서 다른 내용들이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선은 얼의 역사에 대한 기억을 잃은 지 오래이다.(p.81)

 

이 한 문장이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내 머릿속에서,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내 자신이 바로 그러했다. 가까운 조선의 역사 정도는 수시로 듣고 공부했기에 어느 정도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지만 저 멀리 고구려, 백제, 신라 혹은 그 이전의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그마한 관심이라고 가져본 적이 있었나?

 

부끄럽게도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역사는 내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시험에 나오는 몇몇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아는 바도, 관심을 가진 바도 없는 내 모습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다.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고구려의 벽화는 고구려인의 사상, 세계관, 우주관을 보여준다. 그 내세관, 종교관, 우주관이 기독교인인 내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 불교적 관념이기는 했지만 우리의 조상들이 가졌던 그 생각들과 삶은 분명히 돌아보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과제이다. 이는 해도 되고 말아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역사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이 모두가 스스로 나서서 알아가야 할 우리의 의무이자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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