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최민경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 지금까지 4권의 책이 출판되어 모든 책이 사회적으로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편 시리즈이다. 현대인들이 읽기 적당한 분량인 120-130페이지로 된 책이지만 소설 속에 담긴 내용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가볍게 치부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최민경 작가의 <마리의 사생활>도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의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작가의 말처럼 소설에 담긴 타인과의 관계라는 주제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적지 않은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췌장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하나에게 기억도 가물가물한 친구인 마리(예전에는 말희였던)가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일상에 끼어든다. 얼굴도 달라지고 성격도 달라진 마리는 하나에게 그렇게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지만 서서히 그녀의 삶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기억도 나지 않던 마리가 하나와 그녀의 어머니의 삶에 그렇게 끼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라고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이 마리가 하나의 삶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닐까? 물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부모의 이혼 후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살았지만, 아버지의 부재가 남긴 공허함은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가장 친한 이성 친구이자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상준도 멀리하던 하나가 사근사근하고 음식도 도맡아서 하고 곰살맞게 구는 마리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직장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맺기보다는 이전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조차도 버거워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 정말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1-2명만 남는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순간 떠나야했던 마리처럼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모든 관계에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너무나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내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진짜 힘들어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인 경우도 허다하다. 하나와 그녀의 엄마와의 관계가 그러지 않았던가. 때로는 가깝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관계도 허다하다.

 

우리는 꿈을 꾼다. 수많을 꿈을 꾸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바라는 꿈은 마리가 말했던 바로 그 꿈이 아닐까? 그 꿈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날, 그 날을 상상해 본다.

 

처음부터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어. 하루 이틀 머물다보니 새 가족이라도 생긴 것처럼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 이렇게 평생 정상적인 사람들과한 가족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후략]”(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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