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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 이어령의 첫 번째 영성문학 강의
이어령 지음 / 포이에마 / 2014년 10월
평점 :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느낌이 남다르다. 소설은 그저 인간이 쓴 이야기로만 치부하며 그 속에 담긴 신앙적 의미를 제대로 가늠해본 적이 없이 그저 인간적인 삶의 모습만 찾았던 나에게 소설에서 찾은 인생의 길, 생명의 길이라는 이야기는 조금은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이어령 교수님이 양화진문화원에서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만든 책으로, 다섯 편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카라마조프 형제들, 말테의 수기, 탕자, 돌아오다, 레미제라블, 파이 이야기. 이중에서 제대로 읽어본 책은 레미제라블 하나뿐이었다. 파이 이야기는 영화로 보았고,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역시 이어령 교수님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강의 내용을 편집한 것이라 조금은 거친 듯 했지만 읽는 이가 부담 가지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을 만큼 글의 흐름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또한 책을 읽지 않았기에 조금 헤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각 내용에 대한 개략적인 줄거리와 중요 부분에 대한 이어령 교수님의 해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른 모든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 좋았지만 내게는 첫 소설 <까라마조프 형제들>이 던져 준 영적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어령 교수님이 얘기한 내용이 얼마 전에 교회 성경공부 시간에 들은 이야기랑 똑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이어령 교수님과 교회 목사님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한 것 같았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든 기적은 진짜 기적이 아니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것, 그것이 바로 진짜 기적이라는 말씀. 우리가 원하는 일상의 기적을 기적이라고 보지 말고, 또한 그것만을 바라지 말고, 예수님의 사랑을, 그 몸을 내어주신 그 사랑을,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보라는 말씀, 그런 이야기를 동일하게 하신 두 분의 말씀이 나의 심령을 뒤흔들었다.
우리는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을 알아가고 올바른 영적인 여정을 걸어간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영성의 길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런 소설을 통해 만난 영적 여정이 말씀으로 더욱 굳건히 세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