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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책을 덮으며 한 마디 외쳤다. 김영희 멋지다!!!!!
그녀의 삶은 나의 삶과는 다르다. 나이 차이는 조금 나지만 나는 그녀처럼 살지 못했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대적 분위기가 그랬다.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부터 학교와 집밖에 모르던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학교와 직장밖에 몰랐다. 그러다보니 연애 경험이 전무하다. 그저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했던 미팅 몇 번이 고작 내가 가진 연애 경험의 전부이다.
김영희는 그런 나와는 다르다. 수많은 남자들과의 연애 경험이 넘친다. 나이 불문이다. 직업 불문이다. 인종 불문이다. 언뜻 이런 그녀의 모습은 바람둥이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게도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보니 사실 사랑이 있다면(그것이 짧던 길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피카소라는 남자를 만난 후에 보이는 모습들 때문이다.
김영희와 최지암. 영혼이 아름다운 남자라는 소개에 인구조사원인 척 찾아가는 김영희, 그 사람을 본 후 Gentee라는 가명으로 편지를 보내며 점점 그에게 다가가는 김영희. 소개한 사람의 말처럼 최지암은 영혼이 맑은, 또한 김영희의 영혼에 꼭 맞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직접 찾아나서는 그녀의 열정과 둘이 서로를 찾아가는 사랑의 여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김영희와 최지암은 참으로 닮은 점이 많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관심사, 가치, 믿음, 좋아하는 노래 등 너무나 비슷하다. 그러기에 플로톤이 말한 대로 서로 닮을 수밖에 없는 반쪽,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반쪽이었나 보다.
김영희의 삶은 나와는 다르다. 사랑에서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상사와의 관계에서 참으로 당당하다. 특히 직장을 그만두며 상사인 안이사에게 보낸 편지는 진솔하면서도 꼬집을 줄도 아는 멋진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다(나라면 그만두는 상황이라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나와은 정반대인 듯한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살아가는 삶을 사랑한다. 취향이 비슷한 남자를 만나지 않았지만, 직장에서 딱 부러지는 삶을 살지는 않지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나를 부칠 수 있는 나만의 ‘너’라는 우주가 있어서 나는 나의 삶이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