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기꾼 증후군 - 불안과 우울 뒤에 감춰진 승자들의 심리학
해럴드 힐먼 지음, 김고명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그 사람의 삶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직위가 높아질수록 부담감이 커져만 갔다. 부하 직원들 앞에서 모른다는 말을 하기는 죽기보다도 싫었기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경우에는 직위에 걸맞게 몰라도 아는 척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부서 이동이 이루어졌을 때는 가면을 쓴 내 모습이 더욱 극명해졌다. 특히 생전 처음 접하는 수 백 종류의 와인들을 알아야 했을 때 마치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는 사람인양 행동했던 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게 알고 보니 사기꾼증후군이었다.
사기꾼증후군은 더 중요한 역할을 맡으라고 요구받았을 때, 즉 승진이나 인사이동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또한 사기꾼증후군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비판자와 응원자의 목소리가 있다. 이 두 목소리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어느 정도의 모습을 드러낼지를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비판자의 목소리는 당신이 안전한 보호막 속에 있기를 강요한다. 반면에 응원자의 목소리는 보호막을 깨고 당신의 세계를 확장하라고 격려한다. 결국 이 둘의 목소리 중 어떤 목소리가 더 큰지에 따라 당신의 행동(사기꾼 증후군 증상)이 달라진다.
사기꾼증후군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생각과 인식의 틀, 즉 프레임 때문이다. 이런 프레임은 주로 경험, 주변 사람들과 환경을 통해 이루어진다. 프레임이 형성된 후에는 그것을 강화하는 증거만 찾게 되는데, 이것이 어떤 경우에는 당신을 얽어매는 틀이 된다. 이런 부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취약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완벽함 대신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사기꾼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역시 완벽함이라는 프레임에 빠져서 남들에게 진정한 나 자신을 보이지 못했다. 여성 관리자로서 남들이 바라는 대로 완벽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프레임이 있는 곳을 올바로 볼 수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즉, 지극히 상식적일 수도 있지만 내 안에서의 변화가 일어나야 온전히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즉 가면을 쓴 모습은 행복이 아닌 불행이다. 사서 고생하지 말라고, 자기답게 사는 게 훨씬 쉽다고 말하는 택시 기사의 한 마디, 그의 간결한 한 마디에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변화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