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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평점 :
13편의 똘스또이 작품을 만나면서 똘스또이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작품집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전쟁과 평화> 이후에 처음으로 접하는 똘스또이의 작품들이었다. 중⦁단편 소설이라 각 작품을 읽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13편 모두가 재미있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의 시선으로 바라본 <홀스또메르>는 낯선 느낌이 들어 조금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 특히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초기 작품인 <습격>은 전쟁이나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나에게 신선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에서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오히려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전쟁의 무의미함을 설명하고 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주제에 뭘 기뻐하나! [중략] 오늘은 내가, 내일은 그가, 또 모레는 다른 누군가. 그런데 무엇 때문에 기뻐한단 말인가? (p.20)
이처럼 전쟁은 기뻐할 요인이 하나도 없는 행위이다. 언제 죽어나갈지 모르는 전쟁터는 모든 이들이 똑같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고통의 공간일 뿐이다.
똘스또이의 작품 중에서 가장 눈에 익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 이반> 같은 작품은 이미 읽어보았던 작품이었지만 여전히 감명 깊게 다가왔다. 또한 전쟁을 바라보며 이를 작품 속에 그려냈던 똘스또이가 사랑과 평화라는 주제를 향해 걸어 나가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내 마음 속에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작품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불과 5페이지 밖에 안 되는 분량이라 복잡한 구성이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아이가 있는 찢어지게 가난한 잔나라는 여인의 타인을 향한 본능적인 사랑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더욱 그랬나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일만으로도 벅차하는 내게 이미 다섯 명의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이웃집 여인의 아이를 선뜻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여인의 마음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였다. 또한 빈 배로 돌아온 남편의 대답 역시 잔나의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이 부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이 아닐까?
이 작품집은 수많은 똘스또이의 작품 중에서 시대별로 선정한 작품 13편이다. 그러기에 똘스또이의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구성으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혹여 시간적 순서에 따른 흐름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이라면 각각의 작품을 따로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사랑이라는 따뜻함이 곳곳에 넘치는 작품이기에 무뎌졌던 내 마음도 살짝이나마 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