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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 Golden Time
이주희 지음 / 매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골든타임 :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 (1~2시간)을 지칭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지내다 결국 자살을 기도했던 주희와 시한부선고를 받은 재영의 사랑은 운명처럼 이어진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이 둘의 사랑은 운명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둘이 나누는 사랑은 일반 사람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서로가 보고 싶어서 하면서도 살짝 밀고 당기기도 하는 풋풋한 청춘들의 사랑이 감미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감미로운 사랑이야기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 둘의 사랑은 재영의 시한부 판정을 알게 된 주희가 둘만의 여행을 위해 그네호를 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2014년 이 땅의 가장 큰 슬픔과 아픔이 된 세월호 이야기가 그네호로 다시 살아났다. 급박했던 사고 현장의 모습들, 그 뒤를 이은 유가족과 이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세월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말하기도, 아픔을 치료하기도 아직까지는 요원한 상태이다. 이런 아픔을 소설 속에서 그려내면서 작가는 골든타임을 말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 용서를 구하는 순간, 나 자신을 구하는 순간, 생명을 책임지는 순간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사실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약간은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어린 시절의 재영을 모습을 주희가 보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판타지적인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짧은 소견이지만 이 소설을 어린 시절의 재영과 주희의 만남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를 구하는 자가 없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자가 없는 이 현실은 어찌할지 가슴 한쪽이 너무나 시렸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