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4년 7월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도 있다.(p.238)

유머와 아픔을 넘어서며 따뜻함이 곳곳에 흘러넘친다. 제목과는 달리 기적이 일어나지 않지만 말이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무언가 커다란 반전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반전은 없었다. 하지만 독자의 생각을 넘어서는 반전이 숨어있었다.

슈퍼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세 살 배기 아들을 혼자 키우는 줄리, 아내와 헤어진 후 자신만의 삶을 살기 시작한 폴, 아내의 자살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폴의 아들 제롬, 줄리의 세 살 배기 아들 뤼도빅. 이들 네 명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기적이 시작된다.

폴과 줄리의 만남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에는 기적이라는 말이 주는 초월적 신비로움은 없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융합, 즉 ‘함께 성장하다’라는 의미처럼 이 소설에 나오는 이들은 함께 삶을 꾸려나간다.

살다보면 혼자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직면할 때가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다. 이런 슬픔과 고통을 이 땅에 남겨진 자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작가는 이런 슬픔과 고통을 이기는 방법이 바로 융합, 즉 주변인들과 함께 하며 이겨낸다는 것이다. 이런 작가의 생각은 얼마 전에 읽은 <상실의 시간들>의 작가 최지월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이런 고통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 살아남은 자의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아마 그럴 것이다. 나 역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년 동안 아파했지만 일상의 소소한 일들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이를 주변인들과 나누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전적 의미의 기적은 없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가져온 마지막 장면의 모습은 그것이 바로 기적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어떤 기적인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바로 책을 펼쳐들고 4명과 함께 떠나는 그 기적의 여행에 함께 동참해보라. 상상 못할 행복감에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