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간만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같은 또래는 아니지만 명의 여성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너무나 기분 좋은 시간들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 책이 번역된 2002년이었다면 아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나이뿐 아니라 생각도 어렸고 훨씬 보수적이었던 같다. 그랬기에 번의 이혼을 딛고 번째 결혼을 루리코를 쉽게 이해할 없었을 것이다. 또한 사랑도 남자도 믿지 못한다는, 특히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모에의 말에도 공감할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루리코와 모에의 나이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다 보니 이들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있게 되었다.

 

루리코와 모에는 친구다. 유치원을 다니던 다섯 때부터 스물아홉에 이른 순간까지 티격태격 되면서도 함께 친구다. 둘의 성격은 서로 정반대이다. 여성으로서의 삶에 깊은 만족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과는 반드시 맺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루리코, 이와는 대조적으로 모에는 남자와의 사랑이 깊어지려는 바로 순간에 자신의 발을 빼내면서 거리감을 둔다. 루리코는 활기찬 돈키호테인 반면, 모에는 차분한, 어찌 보면 냉정한 햄릿형이다. 그렇게 다른 성격과 삶을 사는 이들이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가족 이상의 가족이다.

 

이런 친구가 있는 이들이 부럽다. 나에게도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세월이 많이 흐르고 각자의 삶에 치이다보니 서로 얼굴보기조차 힘들다. 누군가가 돌아가시거나 해야 있는 나이가 되다보니 모에와 루리코와 같이 매일 같이 보고 싸우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아니 서로 함께 하는 삶을 사는 둘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다.

 

둘의 사랑은 쉽지 않다. 번의 결혼이 결국 끝을 맺는 루리코도 그렇고 가까이 다가온 사람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예기치 못한 일로 마음을 돌리게 되는 모에의 사랑도 안타깝다. 하지만 행복을 향한 이들의 여정은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평상시의 그녀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랑에 빠진 루리코나 번의 나눔으로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은 모에나,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간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어이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타인의 시선을 철저히 외면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기울이는 이들이기에 남들이 불행하다고 여길 바로 순간에 이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찾는다.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쉬지 않고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다. 김난주님의 번역이라 어색함 없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행복한 자신의 삶을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둘의 이야기에 번쯤 빠져들어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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