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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김용규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부 지식의 기원, 2부 생각의 기원을 읽는 동안에는 달리 눈에 확 들어오는 내용이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든가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이해를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는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을 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자연을 이해하여 조종하고, 인간을 설득하여 움직이게 하는 보편성을 획득하려는 욕망에서 지식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나 범주화, 개념적 혼성 등에 대한 설명은 내가 사는 현실 세계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별나라 세계의 이야기라는 느낌만 줄 뿐이었다.
그런데 3부에 들어가자 내 눈을 끌어당기는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3부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5가지 생각의 도구들에 대한 설명이다.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모스(수), 레토리케(수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리모스를 제외하고 다른 4가지는 이전에도 들어보거나 공부했던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이 5가지 도구가 우리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은유를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은유를 설명하면서 은유를 떠받치는 2개의 기둥인 유사성과 비유사성이라고 말한다. 또한 학문은 은유를 통해서 보편성을 밝혀낸다고 말한다. 그 후 은유에 능한 것이 천재만이 가진 정신적 특성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부터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아이에 대한 내용이라면 그 무엇이든지 눈길이 간다. 그런데 소제목이 천재가 되는 법, 천재를 기르는 길이다. 눈길이 안 가면 이상한 거다.
은유는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는 생각의 도구이다. 생각해보라.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단지 기존의 지식만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생각해낼 줄 아는 학생을 원한다. 그렇기에 비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는 은유는 우리 시대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생각의 도구이다. 이런 은유는 시 읽기를 통해 연습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이론적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생각의 도구들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은유는 시 읽기나 차라의 부대주머니 훈련법을 통해, 아르케의 기본이 되는 관찰을 위해서는 그림 그리기나 자연 관찰 일기를, 로고스는 아이들에게 해주는 부모의 책읽기나 베껴 쓰기를 통해서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많이 잃어가고 있다. 어느 대학교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혼자서 사색하는 것도 힘들어 한다고 한다. 주변의 수많은 기기들 때문이기도 하고 잘못된 교육의 탓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의 아이들이, 아니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다시 새롭게 펼쳐나갈 수 있는 원리와 방법을 제시한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바로 우리 자신이 그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